[인터뷰] 박용민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 “장애인 학대, 의심이 들면 일단 신고하세요”

김성현 2026. 6. 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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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부터 장애인 학대 예방 주간 행사
캠페인·포럼·영화 관람 등 프로그램
학대 의심 목격자 신고 않으면 과태료
남성 피해 장애인 쉼터 개소 해결 과제

지난 22일은 국내 첫 ‘장애인 학대 예방의 날’이다. 지난해 11월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법정기념일로 지정됐고, 이날부터 일주일간 장애인 학대 예방 주간 행사가 전국에서 열린다. 부산에서는 부산시청역 지하철 통로 앞 캠페인을 시작으로 전문가 교육, 장애인복지관 포럼,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하는 영화 관람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2017년 기관 설립 때부터 현장을 지켜온 박용민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은 이번 행사의 성공을 위해 정신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2016년 장애인복지법 개정, 이듬해 설치됐다. 학대 신고 접수·조사, 피해자 지원, 예방 활동의 세 가지 법적 권한을 갖는다. 조사 거부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장애인 학교폭력도 조사 대상이다. 등록 장애인뿐 아니라 경계성·미등록 장애인도 지원한다. 박 관장은 “학대 피해는 장애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발생한다”며 “제도 밖에 있는 분들도 외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의 학대 신고 건수는 2018년 125건에서 지난해 188건으로 약 50% 늘었다. 그는 “학대가 그만큼 늘었다기보다 신고 의식이 높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2022년 법 개정으로 경찰 통보가 의무화된 것도 영향을 미쳐, 현재 신고의 40% 정도가 경찰 통보로 들어온다. 접수 건수의 약 50%가 학대로 판정되고, 나머지는 비학대 또는 ‘잠재 위험 사례’로 분류된다. 박 관장은 “학대인지 판단이 애매하다고 넘기면 안 된다”며 “의심이 들면 일단 신고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신고 의무도 핵심 과제다. 장애인복지법은 학대 의심을 목격한 신고 의무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한다. 올해에만 7명에게 과태료를 통보했다. 부산에서 한 고등학교 교사가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한 동급생 10명의 집단 괴롭힘 피해를 8~9개월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애인 학대 신고 의무 불이행 처분을 받기도 했다. 박 관장은 “아동학대 신고 교육은 많이 받았지만 장애인 학대는 즉시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교사들이 많다”며 “학폭 사건 대부분이 장애인 학대 의심 사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기관 개입으로 삶이 바뀐 사례도 있다. 시설에 입소한 무연고 장애인 정신우(가명·30대) 씨는 10년 넘게 정신병원에 있었다. 신고를 계기로 기관이 개입해 장애 정도가 경미하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현재 레스토랑 보조로 일하며 7년째 자립 생활을 하고 있다. 박 관장은 “신고 한 통이 없었다면 평생 병원에 계셨을 수도 있다”며 “저희가 하는 일의 의미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했다.

현장의 가장 절실한 과제는 남성 피해 장애인 쉼터 개소다. 부산에는 여성 장애인 쉼터(3인 수용)와 아동 쉼터가 있지만 남성 쉼터는 없다. 그는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정신병원에 입소시킨 적도 있다”며 “부산시가 내년 남성 쉼터 개소를 목표로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체 직원은 관장 포함 7명으로 예산의 90% 이상이 인건비여서 심리상담 같은 사업비는 사실상 부족하다. 박 관장은 “학대 피해 회복 후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유관 기관 협력이 필수인데 이를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결국 사람이 더 있어야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