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투표지 50% 축소, 사무총장 전결로 처리할 규범조차 없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투표용지 50% 축소 인쇄' 기준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위원회 의결 대상으로 할지, 사무총장 전결 대상으로 할지 판단하는 별도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참정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거관리 기준이 명확한 규범 체계 없이 운영된 셈이다.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50% 수준까지 줄이는 것은 사무총장 전결로 결정됐지만, 이를 규칙에 둘지 지침·편람에 둘지 판단하는 근거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6월 23일 법률신문이 확보한 중앙선관위 제15차 위원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한 선거관리위원은 2025년 11월 24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선거관리 규범 체계와 관련해 질의했다.
해당 위원은 "공직선거관리규칙은 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절차사무편람과 지침은 의결 없이도 바꿀 수 있는데, 규칙으로 둘 것과 편람·지침으로 둘 것의 기준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선거1국장은 "별도의 기준은 없다"고 답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방선거 투표용지 인쇄 매수를 유권자 수 대비 50% 수준까지 낮출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공직선거관리규칙 등 개정사항 검토안'에 포함돼 보고됐다. 당시 회의에는 노태악(사법연수원 16기)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위철환(18기) 위원장 직무대행 등 선관위원 9명 중 8명이 참석했다.
공직선거관리규칙은 중앙선관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개정되지만, 공직선거절차사무편람과 지침은 내부 결재만으로도 변경할 수 있다. 해당 기준은 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규칙이 아닌 지침·편람에 반영됐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2025년 12월 10일 '제9회 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을 사무총장 전결로, 같은 달 24일 '공직선거절차사무편람'을 선거정책실장 전결로 개정해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유권자의 60%에서 50%로 낮췄다고 밝힌 바 있다.
제9회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지난 6월 3일 서울 강남구·광진구·송파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는 노 전 위원장과 위 직무대행, 허 전 사무총장 등 12명에 대한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