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경제난에 10년간 7번째 총리교체, 불황 이기는 정치 없어 [사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취임 2년도 채우지 못한 채 사퇴했다. 2024년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며 14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뤄냈지만, 2년 만에 민심의 냉혹한 심판을 받고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EU 탈퇴) 결정 이후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리시 수낵, 스타머를 거쳐 또 다른 총리를 맞게 됐다. 10년 동안 7번째 총리다.
'의회 민주주의 본산'이라 불리는 영국의 리더십이 이토록 흔들리는 근본 원인은 고물가와 저성장에 따른 경제난이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성장 둔화와 투자 위축, 생산성 정체에 시달려왔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이 겹치면서 국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보수당 정권이 무너진 것도, 노동당 정부가 2년 만에 흔들린 것도 경제 실패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분노가 누적된 결과다.
스타머 총리는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생계비 위기 속에서 집권했으나 민생을 살릴 만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전 정부가 남긴 막대한 국가부채 탓에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카드도 꺼내들기 어려웠다. 의료·교통 등 공공 서비스가 악화되는데도 이를 개선할 예산조차 없는 극심한 재정난은 민심 이반을 부채질했다. 여기에 '엡스타인 스캔들' 연루자를 주미 대사로 낙점한 인사 실패와 북아일랜드발 반이민 시위 등 사회적 갈등이 겹치면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다. 그 결과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은 절반이 넘는 의석을 잃으며 참패했고, 반이민을 내세운 우파 영국개혁당이 급부상했다. 생활고에 지친 민심이 정부의 온정주의적 이민 정책과 무능한 경제 운영을 심판한 것이다.
영국의 '총리 잔혹사'는 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정권은 그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존속할 수 없다는 냉엄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운다. 아무리 민주주의 제도가 성숙한 나라라도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의 운명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불황을 이기는 정치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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