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률 전국 1위인데···정부가 ‘동탄’에 손 못 대는 까닭은
수원·용인 규제 이후 외지인·갭투자 수요 유입
규제 늦추자니 과열, 묶자니 풍선효과···정부 딜레마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경기 화성 동탄 집값이 전국에서 가장 가파르게 뛰며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원·용인 규제 이후 투자수요가 동탄으로 몰렸지만 정부는 선뜻 규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규제를 늦추자니 집값이 더 뛸 수 있고 뒤늦게 묶자니 실수요자 부담과 또 다른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 2주 새 4%대 상승…전용 84㎡ 22억원 돌파
23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화성시 동탄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2.22% 올라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6월 둘째 주 1.98% 상승에 이어 오름폭이 확대된 것이다. 아울러 동탄구 통계가 별도로 집계된 지난 2월 둘째 주 이후 누적 상승률은 9.57%로 역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가격이 단기간에 뛰면서 계약 해제도 급증했다. 5월 계약 가운데 해제된 거래는 82건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전월 47건과 비교하면 74.5% 증가한 수치다. 집주인이 계약금을 배액 배상하고 기존 계약을 깬 뒤 가격을 높여 다시 매물을 내놓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 수원·용인 묶자 동탄으로…외지인 비중 34%
동탄 집값 상승에는 반도체 업황 회복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개통, 동탄테크노밸리 조성 등 지역 호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가까워 반도체 종사자의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는 데다 서울 접근성 개선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동시에 몰렸다.
인접 지역보다 규제가 느슨하다는 점도 투자수요를 끌어들인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과 수원·용인·성남 등 경기 주요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축소,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제한 등 각종 규제가 강화됐다.
반면 동탄은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규제가 강화된 수원·용인 등지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동탄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3∼5월 동탄구 집합건물 매수자 가운데 화성시 밖에 거주하는 외지인은 34.1%를 차지했다. 매수자 3명 중 1명이 외지인인 셈이다. 반도체 종사자 등 실수요에 규제를 피해 이동한 투자수요가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동탄구는 규제지역 지정을 검토할 수 있는 가격 요건도 이미 넘어섰다. 지난 3∼5월 동탄구 주택가격은 3.85% 올라 같은 기간 경기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1.38%를 크게 웃돌았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정량 기준을 모두 충족한 셈이다.
◇ 규제지역은 정부·토허제는 경기도…엇갈린 지정 권한

국토교통부는 심의를 거쳐 동탄을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동탄만 따로 지정해 갭투자를 막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경기도지사가 정해야 한다. 대출이나 세금 규제는 정부가 맡고 실거주 의무 같은 세밀한 규제는 경기도가 담당하는 구조다. 정부가 규제지역으로 묶더라도 경기도가 따로 움직이지 않으면 갭투자를 완전히 막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지역으로 묶더라도 경기도가 별도로 움직이지 않으면 갭투자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경기도가 규제 시기와 범위를 조율하는 사이 집값이 더 빠르게 뛰면서 대응 시점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뒷북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규제 당국의 부담이다. 동탄역 인근 전용면적 84㎡ 실거래가가 이미 22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뒤늦게 대출을 조이고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면 기존 투자자보다 추격 매수에 나선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동탄을 규제로 묶은 뒤 자금이 평택과 오산 등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동탄의 과열을 잡으려다 또 다른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 규제 결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 뒷북 규제 우려…막차 실수요자만 '대출 절벽' 맞나
부동산업계에서는 인접 지역을 묶을 당시 동탄을 비규제지역으로 남겨둔 정책 공백이 현재의 과열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원과 용인의 투자 진입 장벽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동탄으로 수요가 이동했다는 것이다.
정부와 경기도가 규제 시기와 범위를 검토하는 사이 시장에서는 규제 전 매수에 나서려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집주인이 기존 계약을 해제한 뒤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가격을 높여 다시 내놓는 현상도 과열 신호로 꼽힌다.
문제는 뒤늦게 규제에 나설 경우 부담이 실수요자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진입한 투자자는 가격 상승의 혜택을 누린 반면 뒤늦게 내 집 마련에 나선 수요자는 대출 한도 축소와 실거주 의무를 동시에 마주할 수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규제가 늦어질수록 시장에서는 규제 전에 매수하려는 추격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반대로 집값이 이미 오른 뒤 규제를 강화하면 실수요자의 대출 부담이 커지고, 투자수요가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경기도가 규제 시기와 적용 범위를 조속히 조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