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백신, 중년여성·남성도 맞아야 할까?"... 접종 대상과 주의사항 총정리

권태원 기자 2026. 6. 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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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은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암'으로 불린다. 하지만 정작 초기에는 아무런 신호를 보내지않는다는 점과, 남성이라는 이유로 접종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 통증이나 성관계 후 출혈이 느껴질 즈음이면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한때는 중년 여성의 병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2030 젊은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나이와 무관한 질환이 됐다. 백신 접종 권고 대상이 젊은 여성을 넘어 남성과 중년층까지 확대되면서, 자궁경부암을 둘러싼 궁금증도 함께 커지고 있다.

성 경험이 없으면 검진을 받지 않아도 되는지, 백신을 맞고도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흡연과 피임약은 정말 발병 위험을 높이는지 등 자궁경부암 백신과 관련한 오해와 진실을 산부인과 전문의 이지은 원장(메이퀸이지은산부인과의원)에게 종합적으로 물었다.

자궁경부암이 주사 한 방으로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이라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예방이 가능한 건 맞지만 한 번이 아니라 세 번 맞아야 합니다. 처음 접종한 뒤 2개월 후 2차, 4개월 후 3차까지 총 3회 접종을 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세 번 맞으면 항체가 30년간 유지돼 정말 가성비 좋은 백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10년 동안은 항체의 약 90%가 유지되고 이후로 조금씩 감소하지만, 30년간 예방 효과가 있는 만큼 누구나 꼭 접종하시길 권합니다.

백신에 '가다실 9가'와 '4가'가 있던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국가 접종으로 이뤄지는 가다실 9가는 HPV 6, 11, 16, 18, 31, 33, 45, 52, 58번까지 아홉 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합니다. 4가는 6, 11, 16, 18번 네 가지를 예방하고요. 따라서 9가의 예방 효과가 더 뛰어난데, 이 아홉 가지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90~95%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자궁경부암과 자궁근종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다른가요?
그 둘은 전혀 다른 병입니다. 자궁경부암은 HPV 바이러스가 자궁경부 세포의 유전자에 변형을 일으켜 생기는 병으로, 이형증 1·2·3단계를 거쳐 암세포로 발전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반면 자궁근종은 바이러스와 전혀 관계가 없고, 선천적으로 자궁 근육이 여성호르몬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해 생기는 혹입니다. 술 한 잔에도 크게 취하는 사람이 있듯, 여성호르몬에 자궁 근육이 유난히 민감해 근육이 과하게 자라면서 혹이 되는 것이죠. 자궁근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암은 노화와 관련 깊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최근에는 2030 젊은 환자가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원인이 뭘까요?
모든 암은 면역세포 감소의 결과로 봅니다. 우리 몸에는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원시세포가 있는데, 이게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남으면 면역세포가 이를 제거해 줍니다. 일종의 '쓰레기차' 역할을 하는 T림프구가 바로 그것인데요. 오염된 환경, 오염된 음식 등으로 이 면역세포가 저하되면 원시세포가 쌓이면서 암으로 발전합니다. 여기에 더해 젊은 층이 성행위에 일찍 노출되면서 HPV 감염 환경에 놓이는 것도 원인입니다. 실제로 혈액암이나 난소암도 소아·청소년기 발생률이 늘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국가 암 검진으로 만 20세 이상 여성에게 무료 검진이 제공되는데요. 성 경험이 없으면 검진을 안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엄격히 말하면 성관계 경험이 전혀 없는 분에게는 자궁경부암이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사회·문화적인 이유로 성관계 경험을 숨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경험이 없다고 하셔도 검사를 권합니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검사를 받게 되고 발견율이 높아지거든요. 실제로 국가 검진을 통해 모르던 질염이나 자궁경부 용종, 자궁근종을 발견해 조기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성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할까요?
HPV 바이러스는 남성에게 음경암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또 항문암이나 식도암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남성에게도 강력히 접종을 권합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여성은 배우자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때문에, 남성이 접종하면 배우자의 자궁경부암까지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가 남성인 만큼, 오히려 남성의 접종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백신을 맞았는데도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건가요?
HPV는 혈류로 들어가지 않고 표피의 세포 안에서만 존재하다가 세포의 DNA와 결합해 오랜 시간에 걸쳐 암을 일으킵니다. 혈류로 들어가지 않다 보니 자연 면역이 형성되지 않아서, 한 번 감염됐던 사람조차 예방접종이 필요한 바이러스입니다. 접종하면 항체는 생기지만 그 양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항체가 적게 형성된 분은 감염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접종한 분은 바이러스 함량이 매우 낮게 나오고 항체도 있기 때문에 더 빨리 없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다 한 분이 그런 경우이고 옮더라도 약하게 옮기 때문에, 예방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자궁경부암은 1년에 한 번 검진이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예외도 있나요?
있습니다. 감염되더라도 면역이 왕성하면 저절로 사라지기도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이형증을 거쳐 암으로 발전하는 데 2~3년밖에 안 걸리기도 합니다. 특히 고위험 바이러스는 더 면밀히 추적 관찰하면서, 필요하면 3개월에 한 번씩 검사해 이형증 단계에서 차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궁경부의 좁은 안쪽으로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잘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냥 기다리기보다 의사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바이러스가 빨리 사라지도록 돕는 게 좋다고 봅니다.

HPV도 자연 소멸한다고 하는데, 소멸하지 않고 암을 유발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면역이 좋은 사람은 세포 자체가 튼튼해서 바이러스가 잘 침투하지 못합니다. 반면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세포 핵 속 DNA에 결합해 버려서 잘 없어지지 않죠. 표면에 있다면 씻어내면 되겠지만, 핵 속에 숨어 외부와 차단돼 있으니 쉽지 않습니다. 결국 그 세포가 수명을 다해 소멸할 때 바이러스도 터져 나오는데, 이때 그냥 두면 새 정상세포로 다시 옮겨갑니다. 그래서 면역력을 높이는 게 핵심입니다. 예방접종, 세정 작용, 그리고 비타민이나 오메가3 같은 영양제로 세포를 튼튼하게 하는 것, 이 세 가지를 함께 실천하시길 권합니다.

자궁경부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흡연은 당연히 위험을 높입니다. 니코틴이 혈관을 수축시켜 장기로 가는 혈액량을 줄이고, 그 결과 바이러스가 좋아하는 면역 저하 상태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흡연은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모든 암과 혈관 수축으로 생기는 질환의 위험을 높입니다. 또 경구피임약도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의학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제 경험상 여성호르몬은 세포 재생을 도와 바이러스가 더 빨리 탈락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폐경 후 바이러스가 잘 없어지지 않는 환자에게 호르몬을 권하기도 하는데요. 단, 이미 암이 생긴 경우는 다른 차원이며, 어디까지나 암이 되기 전 단계의 이야기입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위험 신호가 있을까요?
자궁경부암은 2기, 3기가 되기 전까지 자각 증상이 전혀 없습니다. 성관계 후 접촉성 출혈이 나타난다면 이미 암이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통증은 3기, 4기는 되어야 느끼게 됩니다. 암세포가 신경을 파고들어야 아픈데, 그 단계면 이미 늦은 것이죠. 안 아프기 때문에 괜찮은 줄 알고 키우게 되는, 그래서 더 무서운 병입니다. 출혈이나 통증이 생기기 전, 증상이 없을 때 주기적으로 진단받는 것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이미 감염 이력이 있거나 중년이면 백신이 소용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실제론 어떤가요?
나이가 들면 면역 형성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건 맞지만, 면역이 아예 안 생기는 건 아닙니다. 가성비가 조금 떨어질 뿐이죠. HPV는 혈류로 들어가지 않아 자연 면역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감염됐던 분일수록 접종이 필요합니다. 잘 없어지지 않는다는 건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뜻이고, 120여 종에 달하는 바이러스 중 다른 것이 또 들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분이라면 60대, 70대라도 원하면 접종해 드립니다. 연세와 상관없이 환자에게 선택권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 스스로 바이러스 소멸을 돕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이 궁금합니다.
결국 핵심은 면역입니다. 면역 체계가 튼튼하면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생존하기 어렵고 소멸 확률도 높아지죠. 앞서 말한 T림프구가 '쓰레기차'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감염돼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지켜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숙면이 중요합니다. 밤 10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 면역을 높이는 성장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에 이 시간대 숙면이 특히 좋습니다. 그리고 좋은 음식과 물, 영양제로 잘 챙겨 먹고, 식후에 눕기보다 걷는 등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흡연이나 과음 같은 나쁜 습관부터 버리는 것이 바이러스 소멸에 큰 도움이 됩니다.

남성이나 중년 여성도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대상자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마지막으로 검진을 두려워하는 여성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검진대에 오르는 게 두렵고 부끄러운 마음, 충분히 공감합니다. 산부인과 의사인 저조차도 막상 누워보니 무섭더라고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급소를 노출하기 싫어하니까요. 하지만 자궁경부암은 절대 부끄러운 병이 아닙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배우자를 통해 옮을 수도 있는, 오히려 안타까운 병이죠. 피해자인데 부끄러워한다면 이중으로 상처받는 셈입니다. '암으로 판정받을까 봐' 두려워할 게 아니라, '암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눕는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주기적인 검진이야말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가장 현명한 결정입니다.

권태원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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