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비 큰일냈다”…한국인 최초 브로드웨이 ‘시카고’ 주연 발탁

“여전히 믿어지지가 않아요. 미국 땅을 밟고 나서야 실감이 나지 않을까요?”
배우 아이비가 한국인 최초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 무대에 오른다. 2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는 아이비의 브로드웨이 진출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아이비와 박명성 프로듀서가 참석해 그 소회를 전했다.
‘시카고’는 1997년 토니상 6개 부문을 석권하고 그래미상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받은 브로드웨이의 전설이자 최장기 공연작이다. 아이비는 2012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 프로덕션에서 주연 ‘록시 하트’ 역으로 6개 시즌, 총 600회에 육박하는 무대에 오르며 압도적인 기량을 증명해왔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그는 지난해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으로부터 직접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아이비는 “한 우물을 오랜 시간 팠더니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다. 너무나 영광”이라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를 대표해서 가는 것이라 굉장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지만, 본고장 배우들과 어떻게 호흡할지 호기심도 크다. 가서 제대로 경험하고 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브로드웨이 입성 과정에 어려움도 많았다. 약 1년에 걸쳐 3~4개월 간격으로 진행된 영상 오디션을 소화해야 했던 아이비는 “본격적으로 영어를 배운 지 1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시카고’ 자체가 굉장히 미국적인 작품이라 한국식 억양을 가진 저로서는 스스로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체념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합격 소식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세 차례 오디션을 거친 그는 “스스로 완벽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연습해도 영어로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박명성 프로듀서는 “아이비 배우의 브로드웨이 진출은 한국 뮤지컬의 높아진 위상을 증명하는 쾌거”라며 “우리나라 주연급 배우들이 세계 어느 무대에서도 통할 만한 기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사실 아이비는 4~5년 전에도 미국 진출 제안을 받았으나 영어가 부족해 영어 공연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어 독백과 록시의 대표 넘버 두 곡으로 진행된 오디션에서 그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한계를 극복했다. 1차 오디션에서 발음과 모음 처리 방식에 대한 지적을 받았으나 이를 집중적으로 보완해 2차 오디션에 임했고, 이후 억양에 대한 세밀한 피드백까지 수용하며 마침내 3차 최종 오디션의 문턱을 넘었다.
현재 아이비는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영어 발음과 억양 교정에 매진하고 있다. 9명의 원어민 강사와 함께 영어 발성, 보이스 액팅 등의 수업을 들으며 수험생 못지않게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배우 인생이 ‘록시’ 그 자체라는 아이비. 그는 “무대에 서면서 록시 하트라는 캐릭터에 제 지분이 많다고 느꼈는데, ‘끝판왕’ 격인 브로드웨이에 서게 돼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재미있게 즐기고 오겠다”며 당찬 포부를 남겼다. ‘시카고’ 공연은 오는 8월 17일부터 9월 6일까지 뉴욕 앰버서더 극장에서 열린다.
신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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