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레버리지 허용해놓고 이제 와 후회한다는 금감원[기자메모]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의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출시 때부터 의문이었다”, “증권사 배를 불리는 결과만 초래한 것 같다”, “부작용이 커져 정부에서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뒤늦은 반성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원·달러 고환율에 대응해 해외 증시로 향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을 국내 증시로 돌리기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올해 환율 급등은 미·이란 전쟁에 따른 달러 강세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영향이 컸다. 레버리지 상품을 도입한 뒤에도 환율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레버리지 상품 도입 명분은 무색해졌다.
이 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레버리지 상품의 부작용도 이미 예견됐던 문제들이다. 금융투자업계와 학계에서는 레버리지 상품 도입 전부터 특정 종목에 대한 자금 쏠림,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 개인 투자자의 단타 매매 조장 및 손실 위험을 경고해왔다.
결국 이러한 경고는 상당 부분 현실화했다. 지난달 27일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된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했다. 국내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 장세가 됐다. 시장 제동 장치인 사이드카는 올해 들어 총 27회 발동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을 넘어섰고 서킷브레이커 역시 올해 4차례 발동됐다. 증권사에서 빚을 내 투자한 개인은 증시가 폭락할 때마다 담보 부족으로 강제 매도를 당했고, 이렇게 매도당한 액수가 역대 최대로 커졌다. 23일 코스피 지수가 10% 가까이 급락할 때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들은 24~26%, 삼성전자 레버리지 상품들은 23~25%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손실을 더 키웠다.
금융당국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위험 신호를 사전에 감지하고 필요하다면 제동을 걸어야 한다. 뒤늦게 “막았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건 유체이탈 화법에 불과하다. 출시 전부터 논란이 컸던 레버리지 상품을 밀어붙인 주체는 누구인지 그 과정에 대한 해명도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이제라도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에 미친 영향을 점검하고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뒤늦은 후회를 만회하는 길이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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