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곁으로 떠난 세월호 생존 학생…“유가족·생존자 트라우마 지속, 장기적 지원해야”

최서은 기자 2026. 6. 2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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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2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경기 안산 4.16생명안전교육원 기억교실을 찾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안산|문재원 기자

2014년 세월호 참사 생존자(당시 학생) 중 한 명인 A씨가 최근 세상을 떠났다. 재난 피해를 겪은 생존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장기적인 트라우마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경근 전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난 21일 SNS에 “세월호 참사 직후 극심한 고통 속에서 여러번 친구들을 따라가려고 했던 A씨가 결국 안산 하늘공원 친구들 곁으로 갔다”며 “떠나간 친구를 보며 여전히 숨어서 아파하고 있을 생존 학생들을 생각하면 참 많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 하늘공원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등학교 학생 다수가 안치된 곳이다.

유 전 위원장은 또 “(생존자들은) 나만 살아 돌아왔다는 이유로 눈총도 받고 죄책감에 꿈은커녕 당장의 삶을 살아가기도 힘겹다”라며 “그런 생존 학생들에게 ‘친구들 몫까지 살아야 한다’는 말은 2차 가해를 넘어 끔찍한 폭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죽임을 당한 희생자와 유가족뿐만 아니라 생존 학생과 민간 잠수사들도 같은 피해자임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 17일은 참사 당시 실종자 수색에 참가했던 ‘세월호 의인’ 고 김관홍 잠수사의 10주기였다.

A씨는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구조된 생존자 172명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참사 이후 죄책감과 트라우마로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왔으며, 수차례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아버지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도 많이 힘들어한다. 특히 (세월호 참사) 주기가 되면 생존 학생들이 더 우울해한다”며 “아이들이 댓글을 많이 보는데, 워낙 안 좋은 글들이 많아서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참사 10주기였던 2024년 안산마음건강센터가 공개한 ‘4·16세월호참사 피해자 건강 및 생활 실태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가족 289명 중 38.4%가 우울증의 임상적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2.2%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의심되는 위험군이었다. 288명 중 51명(17.7%)은 심각한 신체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참사 이후 숨진 희생자 유가족은 최소 19명에 달한다.

생존자의 경우 49명 중 28.6%가 우울 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2021년도 실태조사 결과(26%)에 비해서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신체증상을 겪는다는 비율도 30.6%로, 2021년(22.2%)에 비해 증가했다.

23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B씨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나 유가족들은 아직도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개개인이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르는 경우도 많아서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피해 지원을 해주는 게 있지만, 피해지원법상 의료 지원이 일정 기간으로 제한돼 있어 한계가 있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2차·3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근절돼야 한다”고 했다. 생존자 가족 C씨는 “예전부터 계속 얘기해온 것처럼 피해자에 대한 치료 지원은 국가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장기적인 치료 지원이 필요한다고 말한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모든 사회적 재난의 트라우마엔 회복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누군가는 빨리 회복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평생을 가기도 하고, 회복이 됐어도 재발할 수 있다”며 “따라서 치료나 지원에 기한을 정해서 안 되고,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관계 기관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심리 지원을 해줘야 하고, 당장 치료가 필요 없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주기적으로 알려줘야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누구라도 그런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고 어떤 공동체라도 그런 재난을 당할 수 있다. 이들을 돕는 것이 우리 자신을 돕는 것이고, 사회를 안전하고 건전하게 만든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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