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국’ 띄운 안민석 “체벌 부활 없다…흔들리는 공교육 바로 잡자는 것”
“‘경기형 교권보호국’ 핵심은 교육 균형 회복”
(시사저널=이강산 기자)

"어른이 애들을 무서워하면, 세상 망하는 겁니다."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의 '교권보호국' 감독관인 나화진(김무열 분)의 드라마 속 대사다. 《참교육》에서 교권보호국은 학생 체벌을 포함해 폭넓은 권한을 부여받은 교권보호국 감독관 겸 교사를 문제 학교에 파견해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하는 가상의 교육부 산하 기관이다. 현행법상 불가능에 가까운 '판타지적' 내용이 많으나 학교폭력, 교권침해, 입시비리, 촉법소년 비행 등 실제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속 시원히 해결하는 모습은 '사이다 신드롬'을 불러오고 있다.
국내 17개 시도교육청 중 가장 많은 학생과 교원 수를 보유한 경기도의 교육 수장으로 선출된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지난 1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교육》을 10회까지 다 봤다"며 "경기도교육감 당선자로서 경기도교육청의 '교권보호국' 신설 여부에 대한 공개 토론을 제안드린다"고 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에 시사저널은 23일 안 당선인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교권보호국 설립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권보호국' 신설을 제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드라마 《참교육》을 끝까지 시청하며 교사들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고 우리 교육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이 드라마에 공감한 이유는 자극적인 설정 때문이 아니라, 문제 상황에서 교육당국이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현실적 결핍 때문이라고 봤다. 학생인권 신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교사에게 책임만 부여하고 권한과 보호장치를 제공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교육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경기형 교권보호국'의 핵심은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권리가 함께 존중받는 균형 회복이다. 특히 아동학대처벌법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다만 수차례 강조했듯이 과거의 학생 체벌을 부활시키거나 훈육을 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꽃으로도 학생을 때리지 말라'는 말을 지키되 극소수의 악성 사례를 방치한 채 다수 학생의 수업권이 침해되고, 나아가 공교육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신설될 교권보호국이 가지는 기존 시스템과의 가장 큰 차별점과 사법적·행정적 권한의 범위 등을 어떤 식으로 구상하고 있나.
"기존 지원체계가 사후적이고 자문 중심이었다면, 교권보호국은 예방과 초기 대응 중심의 적극적 지원체계를 지향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학부모를 잠재적 악성 민원인으로 규정하는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교육의 중요한 주체이며 정당한 문제 제기와 참여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권보호국은 반복적인 아동학대 신고 악용 등 일부 악성 사례에 한해 교육청이 초기 단계부터 법률 자문과 행정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 수사기관의 판단을 대신하거나 사건을 임의로 종결시키겠다는 뜻은 아니며, 구체적인 권한은 조례와 규칙 제정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다."
교권 보호와 학생·학부모 권리 보장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교권 보호와 학생·학부모 권리 보장의 균형은 어느 한쪽 시각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어려운 과제다. 교육전문직과 법조인, 정책전문가뿐 아니라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학생자치회 등이 참여하는 협의 구조를 만들고 사례를 분석·유형화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한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학생의 안전과 학습권, 학부모의 정당한 문제 제기 권리도 함께 존중돼야 한다. 제도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과 균형에 있으며, 권리와 책임의 균형이 교육 현장의 문화와 인식 속에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 대해 '벽깨기'(학교와 지역의 경계 허물기)를 제안한 것으로 안다. 학교 시설 개방을 포함해 '벽깨기'의 청사진을 설명해 달라.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교육청만의 공간도, 교장만의 공간도 아닌 지역사회 모두의 자산이어야 한다. 때문에 앞서 교육도시 오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자체와 교육청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에 함께했고, 이를 '벽깨기' 철학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학교를 중심으로 돌봄시설, 도서관, 체육시설, 수영장 등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활용하는 모델을 확대하겠다. 다만 모든 책임을 학교와 교직원에게 떠넘기지는 않겠다. 지자체와 교육청,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고, 방과 후와 주말에도 활용 가능한 지역교육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
기존 에듀테크 플랫폼인 '하이러닝'의 문제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민주시민교육과의 부활도 언급했다. 기술 중심의 미래 교육과 가치 중심의 인성·시민 교육이라는 두 축을 조화롭게 만들 방안은 무엇인가.
"'사업을 위한 사업'은 지양하고, 학생과 교사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교육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하이러닝은 현장의 활용도와 만족도, 기능적 경쟁력을 냉정하게 평가한 뒤 학교 의견을 수렴해 향후 방향을 정하겠다. 또한 민주시민교육과 부활은 특정 정당이나 이념 교육이 아니라 토론과 합의,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교육으로 추진하겠다. 기술은 미래를 준비하는 도구이고 민주시민교육은 미래사회를 살아갈 시민을 길러내는 과정이다. 이 둘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고, 디지털 역량과 민주적 시민성을 함께 키우는 교육체계를 구축하겠다."
5선 국회의원이자 국회 교육위원회 출신으로서의 경험을 경기도 교육 대전환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인가.
"현재까지 교사, 교수, 국회 교육위원회 최장수 위원으로 활동하며 교육 현장과 정책, 입법 과정을 모두 경험했다. 이것이 저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회와 정부, 전국 시도교육감들과 협력해 교육 관련 법과 제도의 변화를 이끌고, 경기도가 교육자치의 선도 모델을 제시하겠다. 또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관료 중심 교육행정을 혁신하고, 교원 인사제도 개혁과 학교 현장 중심의 정책 전환을 추진하겠다. 결국 모든 정책의 출발점은 현장의 목소리다. 4년 뒤 경기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께서 "안민석은 약속을 실천한 교육감이었다"라고 평가할 수 있도록 결과로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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