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짜리 아파트 10억 됐다면 매각 안 했어도 소득”…소득세 개편 토론
갖고 있는 부동산·주식 등의 가치가 올랐다면 아직 팔지 않았더라도 소유자의 경제적 능력이 상승한 것으로 보고, 미실현 이익까지 소득으로 간주해 포괄적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환·진보당 윤종오·조국혁신당 차규근·사회민주당 한창민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산소득 과세 공백과 소득세 포괄주의 전환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소득의 형식이 아니라 실제 경제적 능력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 포괄주의’로 제도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유 자산의 매각 여부나 형태와 상관없이 실질 증가한 순자산과 경제적 능력을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발제를 맡은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행 소득세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현행법이 채택하는 소득 개념은 대체로 규칙적이고 반복 발생하는 소득만 과세하는 ‘소득원천설’에 기인한다”며 “과세권자가 개인의 모든 경제활동을 세세하게 포착하기 어려웠던 19세기 세무행정의 한계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득원천설은 모든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삼지 않아 조세 공평성과 중립성 측면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고, 급변하는 경제 현상을 법률이 제때 반영하지 못해 과세 공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소득을 일정 기간 내 납세자의 순자산 증가로 규정하는 ‘순자산증가설’은 공평 원칙에 더 부합하고 조세 중립성 유지가 가능해 이론적 측면에서 더 우월하다고 비교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제도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순자산증가설로의 이행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현행 체계를 가장 적게 바꾸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향후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도 “순자산증가설은 소득의 원천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납세자의 담세능력을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합한 개념”이라면서도 “순자산증가설로의 전환은 과세대상 소득 확대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과세시기와 입법방식이 함께 재설계되어야 하는 체계전환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순자산증가설 도입의 반론으로 꼽히는 ‘미실현 소득’ 과세 문제를 겨냥했다.
이 위원은 “자산가치가 상승했다면 납세자의 경제적 능력은 이미 증가한 것”이라며 “자산을 실제 매각했는지 여부는 경제적 능력이 증가했는지를 판단하는 본질적 기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부유해졌다는 경제적 실질은 같고, 매각이라는 서류상 절차를 거쳤는지의 차이일 뿐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같은 맥락에서 “어떤 사람이 5억원에 산 아파트가 10억원이 됐다면 매각하지 않았어도 그의 경제적 능력은 증가했다”며,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면 실현 사건이 없다는 이유로 과세가 이연된다”고 이 위원은 덧붙였다. 과세가 매매 등 이익 실현 시점에만 발생하면 오히려 납세자가 세금을 피하거나 늦추려 자산을 팔지 않는 효율적인 이동을 막는다면서다.
다만, 미실현 소득에 대해 항상 즉시 과세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원칙적으로는 소득으로 인식하되, 세금 납부를 매각 시점까지 미루거나 이자를 붙여 이연하는 방식 등 대안을 제시했다.
이 위원은 “순자산증가설로의 전환은 단순히 과세 대상을 넓히자는 주장이 아니다”라며 “경제적 실질과 과세 사이의 괴리를 줄여 조세 중립성을 회복하고, 조세가 민간의 경제적 선택을 왜곡하면서 발생하는 초과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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