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촉장 단돈 4000원”…세계 최초 英 AI 로펌, 첫 승소
80만원 들여 1400만원 용역대금 받아내
“소송 문턱 낮췄다”…AI 환각 등 취약점도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법무법인(로펌)이 영국 법원에서 처음으로 승소했다. 이는 AI가 전통적인 법률 산업을 뒤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가필드AI가 지난달 원즈워스 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프리랜서 미지급 대금 청구 사건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피고 측에 원고인 타미레스 카말 타키디르에게 7000파운드(약 14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프리랜서로 HR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키디르는 한 고객사로부터 용역 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가필드AI를 이용했다. 타키디르가 가필드AI에 낸 수수료는 약 400파운드(약 81만원)였다.
이는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도 AI 변호사를 활용해 재판에서 승소한 첫 사례라고 FT는 설명했다.

가필드AI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정부 공식 인가를 얻어 출범한 영국 AI 로펌이다. 런던의 소송 전문 변호사 필립 영과 양자 물리학자 대니얼 롱이 공동 창업했다. 가필드AI는 AI 챗봇을 활용해 소액 채권 추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컨대 ‘정중한 독촉장’(polite chaser’ letter)은 최저 2파운드(약 4000원), 법원에 제출할 청구 서류 작성은 50파운드(약 10만원)를 내면 된다.
가필드AI에 따르면 가필드AI는 지금까지 600건 이상의 청구를 처리했으며, 대부분은 법원 판결 전 합의로 해결됐다. 이를 통해 의뢰인들은 약 50만파운드(약 10억원)를 회수했다. 청구 금액은 30파운드(약 6만원)에서 1만파운드(약 2000만원) 사이였다.
영 창업자는 “이는 사법 접근성 측면에서 획기적인 순간”이라면서 “너무 오랫동안 기업들은 소송 비용, 시간, 스트레스 때문에 채권을 추심하는 것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해 빚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I가 법률 시스템을 대체한 것은 아니지만 그 절차를 더 접근하기 쉽고, 더 효율적이며, 더 저렴하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률 산업은 국가마다 사법 체계가 다른 데다 기밀 유지 우려로 인해 AI 도입이 비교적 더디게 진행돼 왔다. 그럼에도 점점 더 많은 로펌들이 낮은 숙련도의 업무를 줄이고 업무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체 AI 기술을 개발하거나 외부 기술을 구매하는 추세라고 FT는 전했다. 세계 최대 로펌인 커클랜드앤드엘리스는 지난달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5억달러(약 770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도입에 따른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 로펌 핀센트 메이슨스는 지난달 AI에 기반한 허위 주장을 제출해 런던 법원의 질책을 받았다. 미국의 로펌 설리번앤드크롬웰도 올해 4월 미국 연방 파산법원에 자신들이 준비한 제출 서류에 여러 건의 AI 환각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윤지 (jay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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