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바닷새가 호주까지…조류독감 확산 새 경로 확인

김혜지 2026. 6. 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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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도둑갈매기 (출처=나무위키)

남극에 서식하는 바닷새가 호주 해안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해양·남극연구소(IMAS)의 로런 로먼 박사는 남극에서 번식하는 남극도둑갈매기와 자이언트페트렐이 호주 남부 해역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H5N1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서호주 남부 해안에서는 수㎞ 떨어진 두 해변에서 남극도둑갈매기와 자이언트페트렐이 잇따라 병든 채 발견됐다. 검사 결과, 두 개체 모두 H5N1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이후 폐사했다. H5N1은 2021년 이후 전 세계에서 수백만 마리의 조류와 포유류를 폐사시켰지만, 지금까지 호주는 바이러스가 도달하지 않은 유일한 대륙으로 여겨졌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H5N1이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 등을 거쳐 호주 북부 지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해 왔다. 그러나 남극과 남극 인근 해역을 오가는 이동성 바닷새를 통한 전파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됐다.

남극도둑갈매기와 자이언트페트렐은 남극의 여름철 번식기를 보낸 뒤 겨울이 되면 먹이를 찾아 북쪽 바다로 이동한다. 이들은 바다 위에서 생활하는 원양성 조류로 평소 육지에 거의 내려오지 않지만, 병들었거나 먹이를 발견했을 때 해안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두 종 모두 죽거나 병든 동물을 먹는 청소동물 성향이 강하다. 로먼 박사는 이러한 먹이 습성이 남극 지역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가속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H5N1은 최근 남극과 남극 인근 섬들에서도 확인됐으며, 조류뿐 아니라 물개와 바다사자 등 해양포유류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생태계과학센터의 사이먼 고르타 연구원은 갈색도둑갈매기가 바이러스 확산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특정 종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많은 바닷새 종이 서식지 감소와 기후변화 등으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류독감이 또다른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 사이 남극권에서는 물개 새끼 1만3000마리 이상이 H5N1으로 폐사했으며, 펭귄과 페트렐 등 다른 야생동물에서도 피해가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감염된 새가 해안에서 폐사할 경우 갈매기 등 다른 조류가 사체를 먹으면서 바이러스가 새로운 개체군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경우 바이러스 제거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사례가 남극과 호주 생태계가 생각보다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며, 기후변화로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가 변화하는 가운데 감염병 확산 경로 역시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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