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르면 손바닥 그렸다"…조선시대 일상 담은 고문서 한눈에

이영주 2026. 6. 2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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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광교박물관 26일부터 테마전…과부 홍씨 계약서·정조 시대 시험 답안지 등 70여 점 공개
조선시대 작성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수원광교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조선시대 고문서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고문서로 만나는 조선의 일상' 테마 전시회가 수원광교박물관에서 열린다.

23일 수원광교박물관에 따르면 이달 26일 시작하는 전시회에서는 조선 후기 문신인 이집두의 시권(시험 답안지)부터 부동산매매계약서, 혼인문서 등 70여점이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전시되는 고문서 중에는 1722년 작성된 과부 홍씨의 밭 매매계약서(명문)도 포함됐다.

조선시대에는 오늘날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달리 판매 사유를 기재했다고 한다.

과부 홍씨의 경우 남편이 사망한 이후 생계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밭을 판매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매매계약서는 "훗날에 내 동생, 자손 중 이의를 제기한다면, 이 문서를 가지고서 관청에 고해 시비를 가릴 것"이라고도 적혀있어 매매효력을 강조해두기도 했다.

매매계약서에는 그 이전의 거래 내역이 작성된 문서에 관한 내용도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현재의 '등기'와 같은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에도 계약서 맨 끝에 이름을 쓰고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었는데, 양반이 아닌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서명 대신 손바닥을 문서 한쪽에 그려두는 식으로 자신이 거래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조선시대 작성된 시험답안지(시권) [수원광교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손바닥 그림은 손바닥 모양을 그대로 그린 것(수장)과 가운데 손가락의 첫째와 둘째 마디 사이의 길이를 재어 그림으로 그린 것(수촌) 등 다양한 방식이 전해진다.

관청 간 공문서 사이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발견되는데, 상급 기관에 공문서를 보낼 때는 반듯한 글씨로 작성했지만, 동등하거나 하급 관청에 문서를 보낼 때는 흘려 쓴 글씨로 작성해 각 관청의 위계를 글씨체로도 나타냈다.

정조시대 문신을 대상으로 치러진 시험에서는 부정행위를 막고자 '블라인드 심사'를 하려고 한 노력이 고문서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1792년 이집두가 작성한 시권을 보면 답안지 하단 귀퉁이에 인적 사항이 적혀있는데, 이 부분을 잘라 말아 올려 끈으로 묶어뒀다고 한다. 채점자가 작성자의 신원을 알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수원광교박물관 2층 사운실에서 열리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성인 2천원, 청소년 1천원, 어린이는 무료다.

장애인과 보호자, 국가유공자, 다자녀가정 중 두 자녀 이상을 동반한 수원시민 등은 관람료를 감면받을 수 있다.

매주 수요일 문화요일과 19~39세를 대상으로 하는 청년 문화의 날(매주 금요일)에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5월 30일까지 진행된다.

'고문서로 만나는 조선의 일상' [수원광교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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