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 열리면 기름 싣자" 호르무즈 동쪽에 선박 440척 장사진
이란 유조선도 미국 봉쇄망 통과
이란산 원유 판매 정상화 기대↑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협상을 시작하자 호르무즈해협 동쪽 바다에 수백 척의 선박이 모여들고 있다. 상당수가 해협 통항이 재개되자마자 페르시아만(걸프)에 들어가 원유를 실어 나르려는 유조선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60일간 이란의 석유 판매를 허용해, 이란이 향후 주요 산유국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우주국(ESA) 위성이 21일(현지시간) 촬영한 영상을 분석한 결과, 호르무즈해협 동쪽 소하르·푸자이라 항구 근해에서 바닷길이 열리길 기다리는 선박이 441척에 달한다고 22일 보도했다. 여러 해운사들은 해협의 전면 재개통에 대비해 선박들을 걸프 인근으로 집결시키고 있다고 FT에 밝혔다.
걸프 안쪽에 갇혀 있던 선박들도 지난주 미국과 이란이 종전 MOU 서명 후 봉쇄를 풀면서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스위스 해운사 MSC가 운용하는 컨테이너선이 트랜스폰더(위치 발신기)를 켠 채로 해협을 빠져나갔다. 이란이 수차례 MSC 소속 선박들을 공격 목표로 삼은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2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걸프 안쪽에 고립됐던 한국 선사 선박 2척도 해협을 빠져나왔다.
이란 유조선들도 비교적 수월하게 해협을 드나들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22일부터 이란산 석유 판매도 60일간 허용키로 해, 앞으로 이란은 전쟁 기간 팔지 못해 창고에 넘쳐나던 석유를 부지런히 실어 나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당장 지난주에 원유 500만 배럴을 실은 이란 관련 유조선 세 척이 미국의 봉쇄망을 지나 동남아시아로 향했다. 이란이 중국에 원유 1,000만 배럴을 판매하는 계약도 체결됐다.
이란 원유 생산 능력 세계 5위 수준 회복될까
여러 난제에도 종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이란의 원유 생산·수출 능력이 다른 중동 산유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미국·이란 전쟁 전 320만 배럴에서 지난달 230만 배럴로 줄었다. 이란은 2016년에는 매일 원유 4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5위 산유국이었다.
다만 전쟁으로 원유 관련 기반시설이 상당 부분 손상됐고 일부 유전은 폐쇄되는 등 피해가 커 전성기 시절의 원유 생산력을 금세 되찾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전 협상이 진전되며 국제 유가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22일 영국 런던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9달러로 전장보다 3.31% 떨어졌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도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가 전장보다 2.32% 하락한 배럴당 74.82달러를 기록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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