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절벽 속 건설업 대출 급증…대구 건설업계 ‘버티기’
4월 건설수주 96.5% 급감·민간수주 99.4% 감소…신규 사업 사실상 없어
악성 미분양에 금융비용 부담까지…지역 건설사 생존 압박

건설수주가 급감하고 미분양 적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업 대출은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해 지역 건설업계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신규 투자보다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산업별 대출금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구지역 예금은행의 건설업 대출금은 1조7천8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천538억 원보다 4천548억 원(36.3%) 증가한 규모다.
건설업 대출 규모는 제조업에 비해 작지만 증가율만 놓고 보면 주요 산업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제조업 대출은 6조3천570억 원에서 6조4천930억 원으로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도소매업은 9천638억 원에서 1조5891억 원으로 9.8% 늘었으며, 부동산업 대출은 1조2천581억 원에서 1조1천197억 원으로 11.0% 감소했다. 건설업 대출 증가율은 지역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약 12배, 도소매업의 3.7배 수준에 달했다.
반면 건설경기는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동북지방데이터청의 '2026년 1분기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구 건설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8% 감소했다. 감소세는 4월 들어 더욱 심화돼 수주액이 299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월 대비 96.5% 급감했다. 민간부문 수주는 99.4%, 건축부문 수주는 97.8% 각각 줄어들며 사실상 신규 사업이 멈춘 수준을 보였다. 전국 건설수주액 가운데 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0.2%에 그쳤다.
주택시장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4천820가구에 달한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역시 3천891가구로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자금 회수 지연에 따른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여전히 높은 금융비용 부담도 건설업계의 자금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양시장 침체로 자금 회수 기간은 길어졌지만 금융비용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건설업계 전반의 유동성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 건설업 대출 증가는 사업 확대의 신호로 해석되지만, 현재 대구 건설시장은 수주와 분양이 동시에 위축된 상황이어서 대출 증가의 성격이 과거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건설업 대출 증가를 투자 확대 신호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수주 감소와 미분양 적체로 현금 흐름이 악화되면서 공사비와 금융비용,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 위한 운영자금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대출 증가를 투자 확대보다 유동성 확보 차원의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 대출 증가가 당장 부실 위험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역 건설업계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상황이 아니라, 기존 사업장의 운영자금을 유지하기 위한 대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주 회복과 미분양 해소가 뒤따르지 않으면 지역 건설업 전반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고은 기자 goeun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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