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일 계약만 1800명… 지방정부의 '퇴직금 떼먹기' 꼼수
364일 계약만 1800명
1년 미만 단기 계약은 2100명
노동계 "비정규직 자체를 줄여야"

전북 익산시는 기간제 노동자 3,301명 중 3,025명을 1년 미만으로 계약했다.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현행법상 법정 퇴직금은 노동자의 근속기간이 1년 이상돼야 지급 의무가 생긴다. 익산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기간제 노동자 계약 종료일은 근무 기간 1년에서 불과 2~3일 부족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도 50대 청소 노동자 계약 기간을 364일로 설정해 퇴직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노동 착취 실태가 정부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정부가 가장 모범적인 사용자가 돼야 한다"고 질타했지만 일부 지방 정부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여전히 '악덕 사장'이었던 것이다.
364일 계약 1,833명… '악질 사장' 지방정부
고용노동부는 23일 '지방정부 비정규직 노동조건 준수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독은 226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 중에서 30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11개월~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 비중이 높거나 쪼개기 계약 관행을 의심받은 지자체를 선별했다. 중앙정부 기관과 광역 시도는 제외됐고 전체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도 약 13%만 감독을 받았지만 위법 사례가 쏟아졌다.
우선 감독을 받은 지방정부 30곳 중 28곳에서 총 113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적발됐다. 기간제법(16건), 퇴직급여법(10건), 근로자참여법(7건), 남녀고용평등법(10건), 근로기준법(70건) 등이다. 형식적인 단기 계약을 반복해 1년 이상 연속 근무한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은 사례, 기간제 노동자에게 각종 수당을 미지급한 사례,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등이 확인됐다.
특히 감독을 받은 지방정부 30곳 모두에서 단기·반복 계약, 사전심사제 미실시 등 불합리한 고용 관행이 확인됐다. 27개 기관에서 11개월 이상 1년 미만 계약으로 일한 노동자가 2,117명이었고 법정 퇴직금을 줘야 하는 '365일 근무 조건'에서 단 하루가 빠진 364일 계약을 한 노동자도 1,833명이나 됐다. 쪼개기 계약은 보통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는 꼼수 차원에서 체결된다.
7개 기관은 파견·용역 노동자 채용 사전심사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3개 기관은 제도 도입 후 사전심사제를 거치지 않고 기간제 노동자 240명을 뽑아 썼다. 2018년 도입된 사전심사제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이 남용되지 않도록 사전심사를 거쳐 불가피한 사유(일시적·간헐적 업무, 휴직대체 등)에 한해서만 비정규직을 도입할 수 있는 제도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를 공공부문이 앞장서 어겨온 셈이다.
"비정규직 숫자 자체를 줄여야"

불합리한 차별도 있었다. 같은 업무를 하는 기간제 노동자에게는 직무수당, 가족수당, 명절상여금, 정근수당을 주지 않은 곳이 있었고,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일을 하는 기간제 노동자 44명에게는 복지포인트를 주지 않은 지자체도 있었다. 이번 감독 대상이 전체 지방정부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만큼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차별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총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1,833명의 364일 계약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공공부문이 기간제 비정규직을 의도적으로 남용했음을 보여준다"며 "민간 사업장의 법 준수를 감독하며 모범 사용자의 모습을 보여야 할 지방정부가 사실은 악질 사용자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상시적, 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고용 원칙을 확립하고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남용 방지와 차별 해소를 위한 구조적 대책을 노동자와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쪼개기 계약 등 불합리한 고용관행 감독을 강화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 대책을 통해 구조적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 대책은 계약기간 1년 미만 비정규직 노동자 퇴사시 계약 기간에 따른 공정수당(38만2,000원~248만8,000원)을 퇴직금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공공부문의 쪼개기 계약은 더 이상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수 없다"며 "온라인 상담센터 제보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공공부문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불합리한 고용관행을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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