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6명' 영국총리, 브렉시트 후 3년 못버티는 진짜 이유[WHY]
'만성적' 경제난에 대한 대중 분노 극대화,
英 총리, 당·의회 지지 붕괴 시 쉽게 퇴출 가능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사임키로 하면서 영국이 10년새 7번째 총리를 맞이하게 됐다. 2016년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 결정 후 영국이 정치적 혼란에 빠졌다는 평가다. 한때 의회 민주주의 모범국으로 불리던 영국이 어쩌다 정치 불안국이 됐을까.

더 근본적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한 경기 침체다. 금융위기 이후 영국은 비대했던 금융서비스 부분 타격으로 다른 선진국보다 성장률이 크게 둔화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까지 이어지면서 국가 부채는 GDP의 약 100%에 달할 정도로 불어났다.
재정연구소의 폴 존슨 전 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최근 몇 명의 영국 총리들은 불행하게도 국민의 삶이 거의 20년 동안 나아지지 않아 (경제 상황이) 극도로 지친 국가를 물려받았다"며 영국의 만성적인 경기 침체를 총리 교체 이유로 들었다. 영국 경제가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민생 회복에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없는 구조로 추락하면서 총리의 정치생명에도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집권당 내부의 신임을 잃거나 의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것도 영국 총리의 숙명이다. 브렉시트 이후 정치적 분열이 심화하면서 총리직 임기도 2~3년 수준으로 짧아졌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추진했던 데이비드 캐머런은 EU 잔류 실패로 투표 종료 후 20일 만에 사임했다.
후임자 테레사 메이(2016년 7월~2019년 7월)는 브렉시트 협상안 처리 실패에 대한 책임론으로 물러났고, 보리스 존슨(2019년 7월~2022년 9월)은 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 관저에서 파티를 연 이른바 '파티 게이트' 등 각종 스캔들로 당내 지지를 잃으며 사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시대의 마지막 총리이자 찰스 3세 시대의 첫 총리였던 리즈 트러스는 감세안 파동, 금융시장 혼란 여파로 단 49일만에 사임을 발표, 영국 역사상 최단 총리로 기록됐다. 영국 최초의 인도계 총리로 주목받았던 리시 수낙(2022년 10월~2024년 7월)은 총선 패배로 물러났다.
스타머 총리는 2024년 7월 총선 압승으로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정권교체를 이뤘음에도 역대급으로 낮은 인기와 국정·당 의제 설정 및 실행 능력 부족 등으로 취임 약 1년11개월 만에 사임을 발표했다.
영국 싱크탱크 정부연구소 해나 화이트 소장은 "브렉시트 과정을 거치면서 의원들은 특정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동맹을 구축하는 데 익숙해졌다"며 "한 번 반기를 들어본 의원들은 다음 번에도 쉽게 반기를 들며, 총리가 압도적인 과반 의석을 얻었더라도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SNS(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의원들 사이에 총리 교체 여론을 모으기 쉬워졌다고 덧붙였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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