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보고 지구색연필 산다…어른들은 왜 ‘추억템’에 꽂혔나
지구화학 색연필에 몰린 문구 팬들
장수 콘텐츠·브랜드의 재소비 흐름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성인 소비자 앞에 다시 놓이고 있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5'가 개봉 첫 주부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가운데, 국내 문구 시장에서는 지구화학의 '돌려 쓰는 색연필'이 출시 직후 잇따라 품절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한때 '아이들의 것'으로 여겨졌던 콘텐츠와 아이템이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소비재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다시 극장 찾는 '토이 스토리' 세대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토이 스토리 5'는 1995년 첫선을 보인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신작이다. 지난 2019년 이후 7년 만에 돌아온 이번 작품은 스마트 기기에 아이들의 관심을 빼앗긴 장난감들이 위기를 돌파하려는 이야기를 담았다.
개봉 전부터 사전 예매 관객 수만 6만 명을 넘긴 '토이 스토리 5'는 개봉 6일 만에 누적 관객 수 93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100만 돌파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돌려쓰는색연필'에몰린문구팬들
문구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지난 14일 막을 내린 문구 페어 '인벤타리오 2026'에서 화제가 된 부스 중 하나는 지구화학이었다. 1956년부터 어린이 회화용품을 만들어온 지구화학은 '돌려 쓰는 색연필'로 전 세대에 친숙한 문구 전문 제조사다.
이번 페어에서 지구화학은 '나라는 세계를 만드는 도구'를 주제로 색연필을 소개하는 한편, 72가지 색연필 중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 4개입, 8개입 세트로 구매할 수 있는 '색연필 뷔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페어 시작 1시간 만에 입장 대기가 모두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았다.
현장에서 만난 손모(29)씨는 "파스텔, 메탈, 형광 컬러부터 특별 색상까지 색연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색상이 많아 고르기가 어려웠다"며 "처음엔 8개 세트만 구매하려 했는데 고르다 보니 4개 세트까지 추가로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스 근처를 서성거리던 유모(24)씨는 "빨리 왔는데도 웨이팅이 마감돼서 너무 아쉽다"며 "아쉬운 대로 완제품이라도 구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익숙함과새로움이만든 '추억템' 소비
이처럼 성인 소비자들이 어린 시절의 콘텐츠와 아이템에 반응하는 이유는 단순히 추억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두 사례 모두 친숙한 콘텐츠와 아이템을 현재의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제안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기 때문이다.
'토이 스토리 5'는 '스마트 기기에 밀려난 장난감'이라는 설정을 통해 시대 변화를 반영하되 기존 캐릭터들의 관계성과 시리즈 특유의 감동을 그대로 살렸다.
지구화학 역시 어린 시절 사용했던 색연필의 기억은 남기면서도 주요 문구 소비층인 2030 여성들이 반응할 만한 요소를 더했다. '메탈레몬', '형광연두', '벚꽃색' 등 기존 색연필에서 보기 어려웠던 색상, 원하는 색을 직접 고르는 DIY 방식, 휴대하기 편한 미니 사이즈, 깔끔한 패키지 디자인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이미 익숙해진 레트로 문법이 한층 세분화된 사례로 본다. 과거의 로고나 패키지, 캐릭터를 다시 꺼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소비자의 취향과 소비 방식에 맞게 재구성해야 실제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