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튬배터리 독주… 자원외교 실패 ‘부메랑’[현장에서]

“2018년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광권에 조기 투자한 포스코홀딩스와 같은 사례가 몇 개만 더 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10여 년 전 정부와 공기업이 자원외교 차원에서 확보했던 남미·아프리카 등의 우량 광산들을 정치적 잣대로 쳐내지 않았다면 지금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의 꼭대기에는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 앉아 있었을 겁니다.”
최근 만난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호황을 누리는 중국 리튬배터리 업계의 독주를 한국과 비교하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가 탄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통계로도 증명되고 있다. 23일 디이차이징르바오(第一財經日報)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리튬배터리 생태계 전체가 거대한 성장 국면을 질주 중이다. 지난 1∼5월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8.5% 늘었는데, 이 가운데 리튬인산철(LFP)을 활용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가 87.7%의 높은 증가율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상대적으로 기술적 난도가 낮고 값도 저렴한 LFP 활용 배터리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건 한국의 정치적 판단 착오도 한몫 거들었다. 과거 우리는 판을 좌우할 자원 영토를 쥐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는 특히 전 세계 리튬 매장량 절반 이상이 묻힌 남미 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에 주목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자원 외교는 통째로 ‘적폐’의 낙인이 찍혔다. 서슬 퍼런 정치적 프레임에 갇힌 공기업들은 배터리 핵심 원자재가 될 칠레 광산 등 알짜배기 우량 지분마저 헐값에 시장에 던져야 했고 그 자리를 중국이 비집고 들어왔다.
‘헛발질’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포스코홀딩스가 당시 약 30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현재 누적 가치만 수십조 원으로 평가받으며 국내 배터리 공급망의 한 축을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 됐다. 산업 영토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우(愚)를 더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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