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생물 멸종’, 온대 지역이 최근 25년간 더 빈번했다
미국 애리조나 연구팀, ‘네이처’에 발표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 위협은 흔히 열대 지역에서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25년간 실제론 온대 지역에 사는 생물종이 더 빈번하게 멸종을 경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열대 지역보다 온대 지역이 훨씬 더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는 것이 그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최근 4만여개 지역에서 실시된 연구 결과를 활용해 전세계 5151종 생물이 지난 25년간 겪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역적 멸종’(어떤 생물종이 특정 지리적 구역이나 서식지에서만 완전히 자취를 감춘 상태) 위협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분석 결과 지역적 멸종은 열대 지역 종(33%)보다 온대 지역 종(49%)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대 지역의 국지적 멸종은 육상, 해양, 담수 세 가지 유형의 서식지 모두에서 열대 지역보다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히 육상 식물의 경우 온대 지역 종의 멸종률(45%)이 열대 지역 종(1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는 ‘열대종이 온대종보다 온난화에 더 취약하다’는 기존 인식을 반박하는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열대종은 비교적 안정적인 온도 범위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미 큰 폭의 온도 변화에 적응해온 온대종보다 기후변화에 더 취약할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고위도 지역에서 온난화가 더 심해졌고, 온대종이 열대종보다 온난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년간 열대 지역의 최대 기온 상승 폭은 1.8도인 반면, 온대 지역에선 기온이 최대 3.3도 올랐다. 육상에서 온대종은 열대종에 견줘 멸종 확률이 3~6% 더 높았다.

열대종과 온대종은 멸종 양상에서도 차이를 나타냈다. 분석 대상인 전체 종 가운데 45%는 자신의 서식지 범위의 가장 더운 지역에서 지역적 멸종을 겪었고, 열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온대 지역에서는 추운 지역까지 포함해 종의 서식지 전반에서 지역적 멸종이 나타났다. 이는 온대종의 경우 기후적으로 그나마 안전한 ‘틈새’로 이동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를 주도한 존 윈스 애리조나대 교수는 “기후가 더워지면 생물들이 더 시원한 곳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 연구에선 70% 이상의 종들이 그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이번 연구 결과가 열대종은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 위기에 처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되어선 안 된다”고 짚었다. 멸종률이 극히 낮았던 열대 식물을 제외한다면, 열대종의 멸종률도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연구가 미래의 영향에 대한 예측이 아닌, 이미 벌어진 상황의 기록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은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란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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