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더 머물게 하자”… 지방 생존전략은 관광[지역 소멸 극복 현장을 가다]

이승륜 기자 2026. 6. 2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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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소멸 극복 현장을 가다 - (3) 체류형 관광 승부수 <시리즈 끝>
부산 ‘밤에 머무는 도시’ 홍보
방문객수 아닌 체류시간 집중
BTS 공연 본 국내외 아미들
시티투어 버스 타고 야경 즐겨
지난 17일 부산관광공사가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을 위해 특별 운영한 야경 시티투어버스인 ‘BTS 더 시티 부산 버스’가 관광을 위해 서구 송도해수욕장 일대에 정차한 모습이다. 이승륜 기자

부산=이승륜·연천=김준구·양양=이성현 기자

“부산의 밤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어요.” 지난 17일 오후 부산역 앞. 방탄소년단(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부산’ 공연을 보기 위해 부산을 찾은 국내외 ‘아미(ARMY)’들이 부산관광공사가 특별 운영한 야경 시티투어버스에 올라 한 말이다. 버스에서는 BTS 음악이 흘러나왔고 일본·대만 팬들은 물론 국내 팬들도 2층 야외 좌석에 앉아 부산항대교와 도심 야경을 감상했다. 정류장에서 만난 일본인 팬은 “공연만 보고 돌아가려 했는데 야경투어까지 하게 됐다”며 “부산의 밤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버스 안에서 맛집과 쇼핑 정보를 주고받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러한 모습은 인구 감소 시대 지방 도시들이 공들이고 있는 ‘체류형 관광’ 전략의 단면이다. 관광객을 스쳐 지나가는 방문객이 아닌 생활인구로 전환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이다. 부산은 인구감소지역을 중심으로 워케이션(일+휴식)과 야간 관광, 로컬 미식 관광, 크루즈 관광을 결합한 관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역 인근 동구 아스티호텔 워케이션 거점센터에는 디지털 노마드(디지털 장비를 활용해 원격으로 근무하는 사람)를 위한 통신 인프라와 업무용 집기, 회의실 등이 갖춰져 있다. 영도·중·서구 등에도 비슷한 위성센터가 운영 중이다. 올해 4월 기준 등록 기업은 7952개 사, 누적 이용자는 1만9541명에 달한다. 부산으로 이전한 역외기업도 19개 사로 집계됐다.

부산은 특히 ‘밤에 머무는 도시’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공연·야시장·미디어아트 등을 통해 체류 시간을 늘리는 야간 관광 브랜드 ‘별바다부산’을 중심으로 광복로와 다대포 등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광복동 일대 야간 관광 소비액은 전년 대비 10.1% 증가했고, 외국인 평균 숙박일수는 2.9일로 나타났다.

원도심 미식축제 ‘택슐랭’도 대표적인 체류형 관광 콘텐츠다. 택시기사 추천 맛집과 관광지를 연계한 축제로, 지난달 행사에는 1만5210명이 참여했다. 축제 기간 선정 식당 35곳에는 평소보다 약 6300명의 추가 방문객이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부산시는 향후 택슐랭을 크루즈 관광과도 연계할 계획이다.

크루즈 관광 역시 핵심축이다. 부산항에는 올해 501항차의 크루즈선이 입항해 약 80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는 전국 최초로 크루즈 터미널 24시간 운영을 도입했고, 부산역과 국제여객터미널 일대를 중심으로 ‘부산 동구 크루즈 관광특구’ 지정도 추진하고 있다.

야경 전망 자원이 인기를 끌면서 인프라 확충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타워 이용객은 최근 3년간 연 30만 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황령산 전망쉼터 이용객도 2021년 4만 명에서 2024년 8만 명 수준으로 늘었다. 이에 서구에서는 총사업비 390억 원이 투입되는 ‘천마산 복합전망대 및 관광모노레일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완공되면 송도해수욕장과 감천문화마을 등을 잇는 새로운 관광벨트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숙박 인프라도 확대하고 있다. 중구와 동구에서는 빈집을 활용한 ‘모디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시도는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마을호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경기 연천군은 폐업한 목욕탕을 숙소로 재생했고, 전남 순천과 강원 정선은 빈집과 노후 건물을 활용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 양양군도 통합 관광플랫폼 ‘고고양양’을 통해 숙박·체험·관광 정보를 제공하고 서핑 강습 예약, 실시간 파도 정보 등을 연계해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체류형 관광의 핵심을 ‘관광객 수’가 아닌 ‘머무는 시간’에서 찾는다. 나윤빈 부산시 관광마이스국장은 “관광객 한 명이 하루 더 숙박하는 것만으로도 지역 상권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낸다”며 “이제 관광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방 도시의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승륜·김준구·이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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