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28년까지 강력한 양자컴 개발”… 기술패권 경쟁 가속

팽동현 2026. 6. 2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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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PQC 전환시점도 2031년까지로 앞당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양자컴퓨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추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DC(미국)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하이테크 전쟁이 양자컴퓨터 전쟁으로 확전하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맞불을 놓고 나섰다. 한국도 추격전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힘이 부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과학 연구용 고성능 양자컴퓨터 개발과 양자컴퓨터 시대 사이버보안 대응을 앞당기기 위한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미국이 중국과 벌이는 양자 기술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첫 번째 행정명령은 오는 2028년까지 과학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의 양자 리더십에 전례 없는 수준으로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마이클 크래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도 "우리는 이것이 2028년까지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이 정책들은 기존 산업과 완전히 새로운 산업에서 변혁적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별도 설명자료에서 양자컴퓨팅 산업이 "대규모 상업적 돌파구의 문턱에 서 있다"고 했다.

이렇듯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현재 널리 쓰이는 암호체계를 풀어낼 수 있어 새로운 보안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두 번째 행정명령은 이에 대비하고자 핵심 정부 시스템을 양자내성암호(PQC)로 전환하는 시점을 2030년(고가치자산·고영향시스템의 키 설정)과 2031년(디지털서명)으로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기존 일정은 2035년까지였으나 이번 조치로 4년 이상 앞당긴 셈이다.

이번 조치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기 말 서명했던 정부의 양자보안 대비 행정명령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목표시점 등을 크게 앞당긴 것이다.

다만 행정명령이 곧바로 추가 예산 배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 상무부·국방부(전쟁부)·에너지부·항공우주국(NASA) 등 관련 부처가 기존 예산을 활용해 사업을 추진하고 OSTP가 이를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직 핵심적인 세부사항도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과학 연구에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구체적으로 어떤 성능을 뜻하는지는 추후 에너지부가 제시할 예정이다. 양자컴퓨터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 명단도 공개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는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에 양자컴퓨터를 제공해 정부 연구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향후 5년 안에 정부 내에 양자기술 기반 센서와 네트워크를 배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양자 센서와 네트워크는 국방·우주·정밀측정·보안통신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또 경쟁국과 적대 세력이 미국의 경제·국가 안보를 약화시키려는 상황을 감안해 지식재산권 보호와 공급망 보안에 관한 국제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양자컴퓨팅 기업 지원에도 나선 상태다. 지난달 미 정부는 IBM에서 분사한 신규 벤처를 포함해 9개 양자컴퓨팅 기업에 총 20억달러(약 3조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 대가로 지분을 받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IBM 관련 사업에 10억달러, 글로벌파운드리스에 3억7500만달러, D웨이브퀀텀·리게티컴퓨팅·인플렉션 등에는 각각 1억달러가 배정된다.

이런 미국의 공세는 사실상 중국을 정조준한 것이다. 5개년 계획을 중심으로 중국과학원(CAS)·국유기업·명문대를 묶은 국가 주도 모델로 양자 생태계를 키워왔다.

5개년 계획을 통해 153억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양자기술 전반에서 세계 특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초로 듀얼코어 양자컴퓨팅을 구현했다고 주장하며 200큐비트 규모의 중성원자 양자컴퓨터 '한위안-2'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직 격차는 크지만 한국도 본격적으로 추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제1차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마련해 2028년까지 국산 양자컴퓨팅 풀스택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 또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부터 2032년까지 1000큐비트급 초전도와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속도를 낸다. 현재 미국 등 선도국 대비 62.5% 수준인 양자 기술 수준을 2035년 8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백승욱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장은 "우리나라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과학기술과 산업 난제 해결을 위해 양자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및 활용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앞으로 양자컴퓨터를 고성능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과 국가 핵심 과학기술 인프라 3대 자원으로 통합해 활용성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팽동현·이준기 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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