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제국'이 만든 SK하이닉스 시총 1위

신승훈 기자 2026. 6. 2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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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22일 SK하이닉스는 25년7개월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사상 처음 코스피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스마트폰, 가전 사업을 모두 보유한 종합 기술기업이라면 SK하이닉스는 HBM이라는 AI 핵심 부품에 집중 투자해 시장의 선택을 받았다.

다만 전체 기업가치 기준으로는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한 시가총액이 여전히 SK하이닉스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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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시총 1위…HBM 선점이 만든 역사적 역전
엔비디아 공급망 핵심 축…AI 투자 확대 수혜 집중
美 상장 기대감 속 삼성 추격·중국 리스크는 과제
[출처=연합]

SK하이닉스가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22일 SK하이닉스는 25년7개월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사상 처음 코스피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무게중심이 범용 메모리에서 인공지능(AI)용 고부가가치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 시총은 2080조3782억원을 기록하며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총 기준 1위 종목으로 올라섰다. 이날 주가가 272만8000원에서 291만9000원으로 5.61% 급등하며 종가 기준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삼성전자 시총까지 추월한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500원(0.14%) 내린 35만3500원으로 장을 마쳤고, 시총 2066조6595억원을 기록하며 왕좌를 내줬다. 

◆HBM 선점이 만든 역전 드라마

SK하이닉스의 도약은 HBM 시장 선점에서 시작됐다. 회사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 개발에 성공한 이후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AI 메모리 시장을 주도해왔다. 현재 HBM 시장 점유율은 약 58%로 업계 1위다. 특히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으로 SK하이닉스 HBM이 대거 채택되면서 AI 투자 확대가 곧 실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매출 증가보다 수익성이다. HBM은 일반 D램보다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SK하이닉스는 일부 제품에서 영업이익률이 70%를 웃도는 수준을 기록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이어지는 한 HBM 수요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확대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 시대의 대표 수혜주가 삼성전자였다면, 현재 시장은 SK하이닉스를 AI 시대 대표 수혜주로 바라보고 있다.

◆美 상장 추진…'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최근 주가 상승세를 뒷받침한 또 다른 요인은 미국 증시 상장 추진이다. SK하이닉스는 ADR(주식예탁증서) 상장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고,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과 같은 기준에서 평가받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실적 성장성에 비해 기업가치 평가가 낮다"는 인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 상장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패시브 자금 유입은 물론 주요 반도체 지수 편입 가능성도 커진다.

증권가가 ADR 상장을 단순한 자금 조달 수단이 아닌 '밸류에이션 재평가 이벤트'로 보는 이유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수조 원 규모로 SK하이닉스 주식을 순매수한 배경에도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AI 호황의 수혜…그러나 위험도 존재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 매출의 90% 이상은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에서 발생한다. AI 호황기에는 강점이지만 업황이 둔화될 경우 실적 변동성 역시 커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AI 투자 속도가 둔화되거나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완화될 경우 HBM 수요 증가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추격도 변수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하며 기술 격차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이 확대될수록 고객사들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SK하이닉스 우위가 장기간 유지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변수도 남아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다롄에 주요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강화될 경우 공급망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총 역전의 진짜 의미

이번 시가총액 역전은 반도체 산업의 가치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생산 규모와 시장점유율이 기업 경쟁력을 결정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핵심 부품과 기술을 얼마나 먼저 확보했는지가 기업가치를 좌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스마트폰, 가전 사업을 모두 보유한 종합 기술기업이라면 SK하이닉스는 HBM이라는 AI 핵심 부품에 집중 투자해 시장의 선택을 받았다. 

다만 전체 기업가치 기준으로는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한 시가총액이 여전히 SK하이닉스를 웃돈다. 결국 이번 역전은 AI 슈퍼사이클이 만들어낸 결과다. 앞으로 HBM 경쟁력 유지 여부와 AI 투자 확대 흐름이 지속될지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향후 위상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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