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일할 권리, 플랫폼 접근권 ①] 중고차 딜러 항의하니 앱 접근 차단한 ‘헤이딜러’

"헤이딜러에서 사고 없는 차량이라고 매물을 내놓았어요. 구매해서 봤더니 사고가 난 차량인 거예요. 항의했죠. 턱도 없는 보상금을 내놓더라고요. 반품해 달라고 했습니다. 한동안 거절하더니 반품을 받고는 제 플랫폼 접근권을 강제적으로 차단했어요. 이 조치에 항의하면 사무실 전체의 접근권을 차단한다는 식으로 말을 해요. 실제로 차단된 사무실도 있습니다." 헤이딜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중고차 딜러 임현우(46)씨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헤이딜러의 '무사고' 보증차,
직접 보니 '사고차'였다
시작은 헤이딜러 제로 서비스를 통해 매입한 기아의 22년형 '모하비 더 마스터' 경매였다. 헤이딜러 제로는 판매자가 중고차 딜러를 만날 필요 없이, 헤이딜러쪽에서 전문평가사를 보내 차량을 진단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경매를 진행하는 서비스다. 임씨는 지난해 6월22일 헤이딜러에서 '완전 무사고' 차량으로 보증한 모하비 경매에 참여해 4천980만원에 낙찰받았다.
완전무사고 차량이란 교환이나 판금 이력이 전혀 없는 차량이다. 헤이딜러에서도 완전 무사고 차량을 "교환, 판금, 도색, 사고이력을 포함해 한 건도 수리·정비 이력도 없는 차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골격과 성능에 문제가 없고, 가벼운 사고로 차량 외관 일부분만 수리·교체한 '무사고 차량'보다 높은 등급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받아본 모하비는 사고 차량이었다. 임씨는 차량을 낙찰해 받은 뒤 헤이딜러 제휴 성능장을 통해 상태를 확인했다. 표면에 칠해진 페인트 두께를 측정하고, 차량 판금작업 내시경 사진을 살폈다. 그러자 운전석 뒤 '휀다'(펜더·타이어를 덮고 있는 부분)에 판금과 도색을 한 흔적이 발견됐다. 어딘가에 부딪혀 찌그러진 휀다를 두드려 펴고, 새로 도색을 했다는 뜻이다. 뒤쪽 휀다 판금을 하는 경우에는 관련법에 따라 사고차로 분류된다. 자동차관리법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고차는 자동차의 뼈대 부위에 판금과 용접, 수리, 교환이 들어간 차량이다. 뒤쪽 휀다는 차체 기둥과 하나로 이어져 있다. 차량을 확인한 즉시 헤이딜러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헤이딜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연락은 2주일이 지난 그해 7월4일에 왔다. 새로운 경매에 참여해 '무사고'로 분류된 23년형 더 뉴 팰리세이드 차량을 낙찰받고 5천만원을 입금한 뒤 하루가 지난 날이었다. 헤이딜러는 7월4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규정에 따라 150만원을 보상해줄 수 있다"고만 했다. 임씨는 강하게 항의하며 반품을 요청했고, 헤이딜러는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2대 연속 '사고차'에 강한 항의
그러자 내려온 '앱 접근금지'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팰리세이드까지 말썽이었다. 헤이딜러 안내에 따르면 팰리세이드는 앞범퍼를 단순 교체한 '무사고 차량'이었다. 실제로 성능장을 통해 상태를 확인한 결과 는 달랐다. 라디에이터를 교환하고 본네트와 조수석 뒷문을 판금한 차량이었다. 임씨는 또다시 항의했다. 헤이딜러쪽은 180만원의 보상금을 주겠다고 전화했다. 임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반품처리를 요구했다.
헤이딜러쪽은 임씨가 반발하면 요구를 들어주고는 앱 접근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우선 문제의 모하비 차량을 재경매했다. 재경매 결과 낙찰된 가격은 4천59만원이었다. '완전 무사고'였을 때보다 911만원이 낮아진 금액이다. 헤이딜러는 임씨에게 모하비 차량 낙찰대금을 송금하고, 뉴 팰리세이드 차량은 반품을 접수해 입금했다. 그리고 직후 사전 통지나 이유, 설명 없이 '헤이딜러 제로' 접근을 금지했다.

플랫폼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 때문?
"다들 겪는 일, 문제제기하면 더 피해"
황당했다. 눈을 돌려보니 주변 중고차 딜러들이 모두 한 번씩은 같은 일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딜러들은 더 크게 항의할 경우 플랫폼 접근권을 차단당할까 봐 말을 못 하고 속으로만 앓고 있었다.
"헤이딜러는 자신들의 제안을 받지 않으면 앱을 강제적으로 차단하고 연락도 안 받아요. 나중에는 (항의를 한 중고차 딜러가 속한) 사무실 전체를 앱에서 차단해 버리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실제로 강제 차단된 사무실들이 있어요. 이걸 나서서 문제제기하면 자신이 속한 사무실 전체가 피해가 갈까 봐 다들 감추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헤이딜러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시장 영향력 때문이라고, 임씨는 생각한다. 헤이딜러는 중고차 딜러들의 업무 흐름에서 중요한 매물 발굴과 차량 진단, 차량 매입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고차 처분시장에서 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했다. 낙찰 후 중고차 딜러들과 가격 흥정이 있어 불편하다는 판매자들의 응답에, 딜러와 만남이 필요 없는 '헤이딜러 제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다.
중고차 딜러들에게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은 앱을 사용하기 위해 대기하는 대기자들로도 간접적으로 증명된다. 중고차 딜러들은 헤이딜러를 이용하기 위해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 지역마다 딜러수를 제한하고 있어서다. 가입 신청을 하고 난 후 자기 지역에 결원이 생길 때까지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 순번이 왔을 때 온라인으로 기본 지식과 실무 능력, 플랫폼 사용방법에 대해 시험을 치르고 합격을 하면 중고차 딜러로 등록이 된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처음부터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
소송 청구하고 집단행동 준비 중
"플랫폼은 법 위에 있나"
임씨는 지난해 9월 헤이딜러를 상대로 앱 접근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과,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인천지법에 제기했다. 회원 지위를 임의로 박탈한 것은 접근금지 조치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을 위반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또 상실감과 두려움, 차단조치가 없었다면 발생했을 이익이 손해액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가 일하는 가양오토갤러리에서 대책운영위원회를 조직해 위원장직을 맡아 같은 상황을 겪은 딜러들의 집단서명을 받고 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진단과 실제 진단의 불일치가 발생하자 △환불을 요구했다가 강제로 플랫폼 접근을 거부당한 딜러 △플랫폼으로부터 일방적인 합의금을 제시받은 딜러 △고객 요청으로 차량 판매를 거부할 경우 거래 성사율이 낮다며 플랫폼 접근을 거부당한 딜러의 서명을 모으는 중이다. 중고차 대리점인 가양오토갤러리에서만 100명이 넘는 딜러들이 뜻을 같이했다.
임씨는 소장을 보낸 지 9개월이 넘었다. 변론기일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헤이딜러에서 답을 받은 적도 없다. 임씨는 묻는다. "플랫폼은 저희들에게 생계입니다. 접근권을 차단시킨다는 건 생계를 차단한다는 것과 매한가지입니다. 다시 생계를 돌려달라는 게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습니다.헤이딜러라는 플랫폼은 법 위에 있나요?"
<매일노동뉴스>는 헤이딜러쪽의 입장을 듣기 위해 유선으로 연락을 시도하고 메모를 남겼으나 답변을 듣지 못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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