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기업 지분 100% 품는 현대차그룹…‘완전 자회사’ 나선 배경은?[산업이(異)면]

박홍두 기자 2026. 6. 23.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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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9.65% 지분 5000억원에 인수 추진
테슬라 ‘옵티머스’ 겨냥 미 조지아 공장 무인화 가속
지분 22.6% 쥔 정의선 회장, ‘그룹 승계용 실탄’?
현대차, 선수 같은 아틀라스의 축구 기술 훈련법 비하인드 공개.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로봇공학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을 100% 확보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보유해 온 잔여 지분을 모두 사들여 이사회 내 의사결정 고속도로를 뚫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지배구조를 장악하고 전 세계 피지컬 인공지능(AI)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향후 정의선 회장 등 현대차그룹 상속을 위한 승계 자금 마련 다지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손정의의 ‘5년 미련’ 걷어내는 인수전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9.65%를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인수 금액은 3억2500만달러(약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분 구조는 현대차 28%, 정의선 회장 22.6%, 기아 17.2%, 현대모비스 11.3%, 현대글로비스 11.25%, 소프트뱅크 9.65%로 짜여 있다. 이번 지분 매입이 완료되면 현대차그룹사 및 대주주 지분율은 100%가 된다.

사실 이번 인수는 이미 예견돼 있던 일이었다. 5년 전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로부터 회사를 인수할 때부터 계약 조건에 사실상 이번 인수가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2021년 6월 인수 당시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35%를 넘겨받았는데, 나머지 약 10% 가량의 지분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업계에선 손 회장이 로봇 산업의 미래 가치에 미련을 둔 것이라고 봤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는 계약 조건 하나를 내걸었다. 정해진 기간 내에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프트뱅크가 잔여 주식을 약속된 가격에 되팔고 나갈 수 있는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계약에 넣은 것이다. 이는 ‘2026년 6월21일’부터 시작되게 했고, 기한은 ‘30일 이내’로 설정했다. 이 기간이 지나면 현대차그룹은 반대로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풋옵션을 행사하든 안 하든 현대차그룹이 지분 인수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소프트뱅크 외에 다른 주주들이 모두 현대차그룹 계열사이기 때문에 소프트뱅크가 풋옵션을 행사하더라도 현대차그룹이 이를 사들이게 되고, 행사하지 않더라도 현대차그룹이 30일 뒤 콜옵션을 행사해 사들이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최근 전 세계 기술주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소프트뱅크가 불확실한 상장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자금 회수 쪽을 선택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5년 새 몸값 24배 폭등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세 가지 노림수

현대차로선 이번 인수를 통해 세 가지를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 첫번째 노림수는 피지컬 AI 기술의 완전한 내재화와 경영 효율성 극대화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내 소수 주주가 사라지면 주주총회나 이사회 조율 단계를 건너뛰고 대규모 투자나 기술 이전을 전격 단행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지분 확보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주도하는 휴머노이드 무인화 전쟁에 맞불을 놓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차세대 전동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최근 23㎏ 냉장고를 번쩍 들어 나르는 모습을 시연해보이는 등 산업용 상용화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 생산 라인에 대규모로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완성차 조립과 물류 공정의 완전 무인화 표준을 독점해 ‘스마트 팩토리’를 조기 안착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지배구조 개편과 정의선 회장의 그룹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2021년 인수 당시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가 11억달러(약 1조2482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AI 로봇 붐을 타고 시장이 평가하는 몸값은 30조원을 돌파해 5년 만에 무려 24배나 치솟았다.

현대차그룹은 지분 구조를 단순화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 뒤 2027년에서 2028년 사이쯤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2.6%를 보유한 정 회장의 개인 지분 가치는 상장 시점에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향후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상속·증여받기 위해서는 수조원대 재원이 필요하다. 그룹 지배구조에 직접 타격을 주지 않는 해외 로봇 계열사의 지분을 현금화해 승계 자금줄로 활용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현대차로선 보스턴 다이내믹스 5000억원 지분 투자가 미래 로봇 공학 및 모리빌리티 산업과 그룹 지배권 완성이라는 두 토끼를 동시에 잡을 마스터 플랜인 셈이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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