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역전의 날, 시장은 삼성전자에 무엇을 말했나 [기자수첩]

설동협 기자 2026. 6. 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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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반도체 삼성, 경쟁력 입증이 관건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절대적인 존재였다. 코스피를 대표하는 기업이고 외국인 투자자의 바로미터였으며, 한국 경제의 얼굴이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곧 한국 산업 경쟁력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삼성전자가 22일 정규장 보통주 종가 기준 SK하이닉스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시총 역전이 화두인 이유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추월해서가 아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수백 조원 넘게 벌어져 있던 격차가 사라졌다는 데 있다. 엄밀히 말하면 논쟁의 여지는 있다. 삼성전자에는 우선주가 있고, 이를 포함한 전체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더 크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삼성전자 본주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다. 그리고 그 기준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넘보는 순간은 단순한 숫자 경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시장의 선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거품을 우려한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열풍이 지나치게 과열됐고, SK하이닉스 주가가 미래 기대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은 수많은 슈퍼사이클을 반복해왔다. D램 호황도, 서버 투자 붐도, 스마트폰 성장기 역시 영원할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공급은 늘었고 수익성은 둔화됐다.

HBM 역시 예외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상황을 단순히 거품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지금의 SK하이닉스는 기대감만으로 평가받는 기업이 아니다. AI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 시장에서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다. '영업이익률 70%대'라는 실적이 그것을 증명한다.

오히려 흥미로운 질문은 다른 곳에 있다. 왜 삼성전자는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을까.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최대 메모리 기업이다. 스마트폰과 TV, 가전, 반도체를 모두 보유한 국내 최대 IT 기업이기도 하다. 매출 규모와 사업 포트폴리오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를 압도한다.

그럼에도 시장은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려 한다. 이는 SK하이닉스를 향한 낙관론이라기보다 삼성전자를 향한 의구심에 가깝게 보여진다. HBM 경쟁력은 언제 회복할 수 있을까. 파운드리 점유율은 언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시스템LSI는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 시장은 지금 이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현재보다 미래를 산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본주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순간은 단순히 한 기업의 몸값이 다른 기업을 추월하는 사건이 아니다. 시장이 AI 시대를 대표할 반도체 기업으로 다른 이름을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래서 시총 역전의 본질은 SK하이닉스의 거품 여부가 아니다. 어쩌면 시장은 SK하이닉스에 새로운 프리미엄을 준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에 프리미엄을 주지 않기로 결정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야말로 삼성전자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경고일 수 있다.

설동협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