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살 푸른 페이지가 찰칵, 특별한 졸업 사진 촬영기 [포토다큐]

한수빈 기자 2026. 6. 2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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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 무학초등학교에서 지난 5월13일 6학년 5명과 담임 선생님이 졸업 앨범 사진을 찍고 있다. 무학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0명인 도심 속 작은 학교다. 올해는 전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와 광주시 교육청이 진행하는 ‘소규모 학교 졸업앨범 제작 지원’ 에 선정돼 대학생들이 학교를 찾아와 사진 촬영을 도왔다. 광주|한수빈 기자
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소속 김민서, 김혜윤, 박유솔, 윤의준씨가 무학초 강민정, 김세빈, 문예나, 송시우, 신효은 학생과 함께 졸업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학교로 향하는 통학버스 안이 유난히 북적였다. 6학년 언니 누나들이 졸업 앨범 사진을 찍는 날이기 때문이다. 전교생이 20명인 광주 무학초등학교에서는 같은 학년 친구는 물론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서로의 얼굴과 이름을 안다. 올해 졸업생은 단 5명이다.

아이들은 며칠 전부터 어떤 포즈로 사진을 찍을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을 위해 준비한 사과 모자와 판다 옷, 고양이 귀 머리띠를 서로 보여주며 웃음꽃을 피웠다. “나도 한번 써보고 싶다”는 목소리가 버스 안을 채웠다. 올해는 사진관 사진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이 학교를 찾아와 졸업사진을 찍어준다는 소식도 아이들을 들뜨게 했다.

(첫 번째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6학년 1반의 반 이름표, 졸업앨범 촬영 날 시간표가 쓰여 있는 칠판, 효은이가 직접 만든 종이 칼, 민정이가 작성한 졸업 사진 어떻게 찍을까? 활동지
시우와 민정이가 둘씩 찍는 짝꿍 사진을 찍고 있다.

전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신문방송학과) 보도사진 동아리 학생들은 광주시교육청과 함께 ‘소규모 학교 졸업앨범 제작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들은 낮은 수익성 때문에 앨범 제작 업체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담임교사가 직접 사진을 찍고 앨범을 제작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도심 속 작은 학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시작된 사업은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이번에는 무학초등학교를 포함한 2개 학교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혜윤씨가 교정 위 계단에서 민정이와 예나 짝꿍 사진을 찍어 주고 있다.
유솔씨가 판다 옷을 입은 예나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고 있다.

이번 촬영에는 전남대 학생 4명이 참여했다. 처음 활동에 나선 새내기부터 사진기자를 꿈꾸는 선배까지 아이들에게 추억을 쌓아주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동아리를 하며 출사는 몇 번 나가봤지만 ‘초등학생’을 찍어본 적은 없다. 아이들 앞에서 서툰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결과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학생들은 선배들이 촬영한 앨범을 참고하고 학교 누리집을 찾아보며 촬영 장소와 구도를 미리 고민했다. 긴장도 되지만 우리 사진이 졸업 앨범이 된다고 생각하면 신기하고 뿌듯한 마음이다.

무학초 6학년 학생들도 준비를 마쳤다. 좋아하는 자전거와 함께 학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둘씩 짝을 지어 짝꿍 사진도 남기기로 했다. 직접 입을 옷을 고르고 소품을 만들며 선생님과 촬영 계획서도 작성했다. 하지만 설렘과 긴장은 별개였다. 전날 밤늦게까지 어떤 포즈를 취할지 고민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졸업 사진 촬영을 마친 6학년 1반 아이들이 교실에서 휴식하고 있다.
민서씨와 함께 학교 어디를 배경으로 찍을지 의논하고 있다.
의준씨가 세빈이 개인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5월13일 촬영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낯선 대학생들 앞에서 쉽게 웃지 못했다. 서로 먼저 찍으라며 순서를 미루기도 했다. 그때 민정이가 챙겨 온 ‘졸업사진 어떻게 찍을까?’ 활동지가 분위기를 바꿨다. 대학생 언니 오빠가 활동지를 보고 어떻게 찍을지 제안하자 한 명씩 카메라 앞에서 척척 포즈를 잡기 시작했다. 2시간 안에 자전거 타며 찍기, 준비해 온 의상과 소품으로 개인 사진과 단체 사진, 둘씩 찍는 한 컷까지 찍으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대학생들도 바빠졌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찍은 사진을 함께 확인했다. 늑목 사다리와 실내 놀이터, 운동장 계단과 동상 앞을 오가며 촬영이 이어졌다. 어색한 분위기는 점점 풀리고 어느새 모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한 번 더 찍어 보자는 이야기도 편하게 오갔다.

아이들이 단체 촬영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있다.
혜윤씨가 실내 놀이터에서 민정이와 세빈이 짝꿍 사진을 찍어 주고 있다.
민서씨가 사진 찍을 준비를 마친 가운데 혜윤씨가 시우의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고 있다.
짝꿍 사진을 찍으며 효은이가 시우 등에 업혀 있다.

1학년 때 12명으로 시작한 학급은 어느덧 5명만 남았다. 학교 다니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만큼 함께 쌓인 추억도 많고,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많다. 아이들은 모두 같은 중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졸업보다 중학생이 되면 초등학교때 보지 않던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것이 더 걱정된다고 했다. 무더운 날씨에 이마에는 땀이 맺혔고 “힘들어요”라는 말도 나왔지만 친구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고, 카메라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오늘은 왠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오늘은 60살이 돼도 기억날 것 같아요.”

졸업 앨범 촬영을 마친 후 다 같이 인사하며 손뼉 치고 있다.
촬영을 마친 아이들이 졸업 사진을 위해 양손 가득 준비한 짐을 들고 교실로 돌아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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