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죽음의 진실 끝내 못 듣고”···박창수 열사 모친 김정자씨 별세

1991년 의문사한 박창수 전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 모친 김정자씨가 별세했다. 향년 90세.
22일 유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전 4시18분쯤 경기 용인의 한 요양병원에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경기 성남시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김씨는 아들의 죽음 이후 35년 가까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살아온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유가족이다. 유가족과 활동가들 사이에선 “평생 거리에서 싸운 어머니”, “여장부”로 불렸다.
김씨의 아들 박 전 위원장은 1991년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중 구속돼 안양병원에 입원했다가 같은 해 5월6일 새벽 병원 마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영안실에 진입해 시신을 수습한 뒤 사인을 ‘투신 자살’로 발표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유족은 사건 직후부터 의혹을 제기했고 2004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박씨의 죽음을 의문사로 판단했다.

아들의 죽음은 김씨의 삶을 바꿔놓았다. 그는 장례 과정에서 경찰의 시신 탈취 시도에 맞서 싸웠고 이후 의문사 진상규명 운동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운동에 앞장섰다. 1990년대 후반 의문사진상규명법과 민주화운동 관련 법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장에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 유가족들은 “당시엔 지금처럼 제도가 갖춰지지 않아 부모들이 몸으로 싸워야 했다”며 “(김씨는) 맨 앞에서 싸운 사람 중 한 명”이라고 회고했다.
김씨는 강단 있는 성격으로 유명했다. 박 전 위원장이 숨진 직후 경찰이 시신을 가져가려 하자 대걸레 봉을 무릎으로 부러뜨려 맞섰고 손녀딸을 등에 업은 채 거리와 농성장을 오갔다. 막내딸 황인선씨는 이날 빈소에서 기자와 만나 “어머니는 정말 강철 같은 사람이었고 대장부였다”며 “평생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웠지만 끝내 그날을 보지 못하고 떠났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박 전 위원장은 언제나 “아픈 손가락”이었다. 악기를 잘 다루고 공부도 곧잘 했던 아들은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 대신 한진중공업에 입사해 배관공으로 일했다. 노동자들이 식당도 없이 찬 밥을 먹는 현실을 바꾸고 싶다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지만, 당시 김씨는 그런 아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황씨는 “어머니는 오빠가 세상을 떠난 뒤 늘 미안해하셨다”며 “내가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마음을 평생 안고 사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이 나빠진 뒤에도 늘 ‘우리 창수 어떡하냐’는 말씀을 하셨다”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꼭 해달라는 이야기를 주변에 계속 남기셨다”고 전했다.
빈소를 찾은 민주화운동 유가족들도 김씨를 추억했다. 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원은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 마음은 다 똑같다”며 “서로 의지했지만 오래 아파하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0일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추서받았다. 유족에 따르면 김씨는 의식을 잃기 전 아들이 받은 훈장을 직접 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황씨는 “어머니는 끝내 진실이 밝혀지는 날을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들이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모습을 보고 가신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며 “어머니가 바랐듯 박창수라는 이름 세 글자만은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발인은 24일 오전 6시10분이다. 장지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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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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