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가고 안경 시대 온다” 빅테크는 왜 안경에 집착할까[김창영의 실리콘밸리Look]

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2026. 6. 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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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레이밴 손잡고 스마트 안경 시장 70% 장악
삼성·구글·애플·스냅·퀄컴도 스마트 안경 주목
스마트폰 뒤를 잇는 ‘핸즈 프리’ AI 디바이스로 꼽혀
공간 제약없는 데이터 수집도 강점...액세서리 기능도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선글라스 매장에 전시된 메타 스마트 안경. 연합뉴스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의 선전 포고 이후 빅테크들의 스마트 안경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이 기업들이 시장에 내는 메시지는 같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안경이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디바이스(기기)라는 것이다. 이들은 AI 산업이 발달하면서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후 20년 가까이 이어진 스마트폰 시대가 저물고 누구나 똑똑한 안경 하나씩은 갖고 있는 세상이 온다고 믿는다. 심지어 2007년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으며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조차 내년 첫 스마트 안경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마트 안경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메타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운영사인 메타는 소셜미디어(SNS) 기업에서 AI 인프라와 디바이스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메타 레이밴 협업 제품은 350만 대 출하됐다. 메타는 스마트 안경 시장 70%를 점유하면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샤오미(8.5%), 화웨이(2.7%) 등 중국 업체가 잇고 있다.

스마트 안경 선점한 메타...뒤따르는 빅테크

메타 사업 전환을 상징하는 제품이 바로 스마트 안경이다. 메타는 안경 기업 에실로룩소티카와 협업해 2세대 스마트 안경인 ‘레이밴 메타 디스플레이’ ‘오클리 메타’ 등을 출시했다. 에실로룩소티카는 고급 안경 브랜드인 레이밴과 오클리를 보유한 기업이다. 메타는 지난달 25일 에실로룩소티카와 협력해 AI 안경을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한쪽 렌즈에 자막이 표시되는 디스플레이가 탑재됐고 가격은 799달러(122만 5000원)부터 시작한다.
삼성전자와 구글이 올해 하반기 출시할 ‘안드로이드 XR’ 기반 AI 글라스 2종. 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와 구글도 올해 하반기 스마트 안경을 출시한다. 두 기업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구글 I/O 행사에 맞춰 ‘안드로이드 XR’ 기반 AI 안경 2종을 선보였다. 에실로룩소티카와 손을 잡은 메타에 맞서기 위해 삼성전자와 구글은 글로벌 안경 브랜드인 젠틀몬스터·워비파커와 협업했다. 스피커·카메라·마이크를 내장해 음성으로 다양한 기능을 실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구글은 2013년 첫 스마트 안경인 ‘구글 글라스’를 선보였다가 21세기 최악의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삼성과의 협력으로 스마트 안경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다.

에반 스피겔 스냅 CEO가 지난 1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열린 행사에 참가해 스펙스를 착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메타와 SNS 시장 주도권을 다투는 스냅챗 운영사 스냅도 증강현실(AR) 안경을 공개했다. 에반 스피겔 스냅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열린 증강현실 세계 엑스포(Augmented World Expo·AWE)에서 첫 AR 기기 제품인 ‘스펙스’(Specs)를 선보였다. 메타 퀘스트, 애플 비전프로가 헤드셋 형태인 반면 스펙스는 메타 스마트 안경처럼 뿔테 안경 형태로 제작됐다. 양쪽 렌즈에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대신 가격이 2195달러로 고가에 책정됐다. 스피겔 CEO는 “아이폰이 출시된 지 거의 20년이 지났다”며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인 퀄컴도 AWE에서 확장현실(XR) 기기를 지원하는 칩인 ‘스냅드래곤 리얼리티 엘리트 플랫폼’을 공개했다. 전작(XR2+ 2세대)과 비교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최대 60%,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을 최대 30%,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을 최대 160% 향상시켜 개발자들이 풍부한 시각 효과와 몰입 경험을 고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고 퀄컴은 설명했다. 이 칩은 구글이 올해 개발자회의인 ‘I/O’에서 선보였던 XR 안경인 ‘엑스리얼 프로젝트 아우라(XREAL Project Aura)’에 우선 적용된다. 지아드 아스가르 퀄컴 수석 부사장 겸 XR·웨어러블·퍼스널 AI 본부장은 “XR 시장은 이미 6000만 대 이상의 기기가 출시되며 다양한 산업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더 높은 성능, 뛰어난 지능, 향상된 전력 효율성을 제공하는 XR 기술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냅드래곤 리얼리티 엘리트 칩 이미지. 퀄컴
손가락 타이핑도 귀찮다...안경 쓰면 손 안 대고도 조작

이처럼 빅테크들이 앞다퉈 스마트폰을 대체할 디바이스로 안경을 꼽는 이유는 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이 운전대를 잡지 않는 자율주행차 시대로 접어들었듯이 스마트 기기도 손으로 자판을 두드리거나 스크린을 누르지 않고도 원하는 기능을 실행하도록 진화한다는 것이다. 애플이 음성 비서 ‘시리’를 진화시킨 ‘시리 AI’를 출시하고, 구글이 자사 AI 모델인 ‘제미나이’를 탑재한 AI 스피커를 내놓으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마트 안경이 보편화되면 안경에 달린 카메라가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내장된 스피커에 말만 하면 렌즈 속 디스플레이에 여러 기능들이 작동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2030년까지 스마트 안경이 정보에 접근하는 주요 수단이 되면서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핸즈 프리(hands free) AI 디바이스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다.
안경만 쓰고 있으면 무엇이든...데이터 수집 최적화

스마트 안경이 스마트폰과 대비되는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주변 인식 능력이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때는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이리저리 카메라를 돌려야하지만 안경은 얼굴에 쓰고만 있으면 안경 속 카메라가 주변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이다. AI 산업의 다음 병목 요인 중 하나로 데이터가 꼽히는 가운데 스마트 안경을 쓰면 이용자가 24시간 경험하는 시각·음성 정보들을 취합할 수 있다. AI가 세상에 있는 웬만한 문서 정보는 대부분 학습한 상황에서 멀티모달로 불리는 텍스트 외 정보를 취합하기에 안경만큼 좋은 기기는 없다는 평가다.

AI의 궁극적 목표로 꼽히는 피지컬AI 시장에서 스마트 안경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지컬AI는 물리적 세계에 AI를 접목한 영역으로 사람이 하는 일을 AI가 대체하는 산업을 말한다. 스마트 안경을 통해 실생활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로봇을 학습시키면 각종 가정용 로봇이나 산업 로봇 기능이 고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술전문지 IEEE 스펙트럼은 지난해 기사에서 “집안 정리나 빨래 개기 등 다양한 가사일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로봇이 실제 환경과 일치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이 쉽지 않다”며 “현재는 대부분 고정 카메라에서 수집된 훈련데이터를 쓰고 있지만 스마트 안경은 범용 로봇 훈련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지 시각 정보를 얻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데이터 수집 스타트업인 휴먼 아카이브다. UC버클리대와 스탠퍼드대 출신들이 세운 휴먼 아카이브는 인도 노동자의 1인칭 작업 데이터를 로봇 학습용으로 수집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지난달 오픈AI·엔비디아·구글 등 투자자로부터 820만 달러(125억 7000만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인도 노동자들은 머리에 휴먼 아카이브 카메라 장비를 달고 여러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 정보는 여러 가정용 및 산업용 로봇 학습에 쓰인다. 스마트 안경이 사생활 침해 비판에 휩싸이면서 인권 침해 논란이 덜한 개발도상국 등에서 정보 취합이 이어질 전망이다.

멋내기 액세서리로 최고...연예인도 쓰는 선글라스

스마트 안경의 또 다른 차별점은 소비 시장에서 액세서리용 AI 기기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레이밴이 걸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를 앰배서더(홍보 모델)로 선정하면서 레이밴 스마트 안경은 ‘제니 안경’으로 불리고 있다. 젠틀몬스터 운영사인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여러 연예인들을 광고 모델로 앞세우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구글이 젠틀몬스터와의 협업을 통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사미르 사맛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 부문 사장은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I/O 행사 중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스마트 안경 개발 배경에 대해 “사람들은 당신이 착용한 안경을 본다. 그것은 스타일의 선택이고 패션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경이 실제 세계와 연결되기 전에 먼저 그것을 착용하고 싶어해야 한다”며 “그래서 우리는 훌륭한 디자인 기업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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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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