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6천억 ‘가족찬스’로 서울 집 마련…부모에게 4억 무이자로 빌리기도
③부동산에 흘러드는 자금
1분기 주택구입자금 분석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매수 과정에서 조달된 증여·상속·차입 등 ‘가족 찬스’ 자금이 2조6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세 대상이 아닌 ‘가족 간 차입금’을 통한 자금 조달이 1년 만에 두배 넘게 늘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부의 대물림이 강화되는 조짐이 관측된 셈이다.

22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금조달계획서(외국인·법인 제외) 자료를 보니, 올해 1분기(1∼3월) 서울 주택 매수에 활용된 증여·상속·차입 자금은 2조63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6065억원)보다 63.9% 증가했다. 전체 매수 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7%에서 11%로 두배 가까이 확대됐다.
지난해 대출 규제 강화와 갭투자 차단 이후 서울 주택 시장 진입에 필요한 자금을 부모 등 가족이 대신 조달해주는 ‘부의 대물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023년 서울 주택 매수에 활용된 증여·상속·차입 자금은 총 2조1509억원이었고, 2024년에는 3조7599억원, 지난해 7조2424억원으로 불었다.
실제 주택 매수 과정에서 증여·상속·차입 등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연령대는 30대다. 1분기 기준으로 전체 ‘가족 찬스’ 자금 가운데 51.9%는 30대가 조달했다. 40대가 23.9%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가족 간 차입을 통한 자금 증가세다. 증여·상속 자금(1조4651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9% 느는 동안 부모 등으로부터 빌린 돈을 의미하는 ‘그 밖의 차입금’(1조1679억원)은 1년 전 같은 기간의 두배에 달했다.
자금조달계획서상 ‘그 밖의 차입금’의 약 60%는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조달된 자금으로 파악된다. 증여와 달리 차입금은 과세 대상이 아니어서, 시장에서는 사실상 가족 간 금융지원 또는 편법 증여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부모로부터 돈을 받은 뒤 금전대차계약서(차용증)를 쓰고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증여 아닌 차입’으로 인정받는 것은 가족 간 부의 이전 과정에서 널리 쓰이는 방식이다. 이미 온라인에선 세무조사를 피하는 부모와 자식 간 차용증 작성팁, 이자를 입금한 부모 계좌 체크카드를 자식이 쓰는 꼼수 등이 공유되고 있다.

심지어는 ‘무이자’로 부모의 돈을 빌릴 수 있는 방법도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세법상 특수관계인인 가족 간 대출의 적정 이자율은 연 4.6%인데, 덜 낸 이자가 연간 1천만원을 넘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는 증여로 추정하지 않는다. 연간 1천만원 미만의 이자가 나오는 금액을 역산하면 약 2억1700만원이다. 부모 양쪽에서 최대 4억원 이상을 사실상 무이자로 빌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점옥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부단장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면서 부모의 돈을 차입의 형태로 끌어다가 주택을 사는 방법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며 “국세청의 검증이 날이 갈수록 촘촘해지는 동시에, 이에 대비한 세무적 기술과 컨설팅도 점점 발전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소득과 금융권 대출이 주택 구매의 핵심 수단이었지만 최근에는 부모 자산을 동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한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가족 간 편법 증여가 자산 불평등 심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자산을 통한 계층 상속이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출만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편법 증여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규근 의원은 “주택 시장이 ‘부모 찬스’의 시장이 아니라 공정한 기회의 시장이 되도록 차입금의 실제 상환 및 이자 지급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자금조달계획서와 국세청 과세정보를 연계해 편법 증여를 보다 촘촘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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