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원유 달러결제 허용…20년 제재 틀 깼다

이병철 2026. 6. 23.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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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이 이란의 원유 판매와 달러 결제를 전격 허용하며 20여 년간 유지해온 대이란 제재 정책에 사실상 대전환을 선언했다. 미국 기업에 대한 원유 판매까지 허용하면서 이란 경제에는 상당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미국 재무부는 22일(현지시간) 이란이 앞으로 2개월간 달러로 원유를 판매하고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기존 제재를 한시적으로 면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와 핵 협상, 추가 제재 완화를 논의하는 동안 적용된다.

이번 조치로 가장 큰 변화는 이란산 원유를 미국 구매자에게도 판매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란은 미국의 금융 제재로 달러 거래가 막히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노후 유조선과 위장 선박으로 구성된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을 통해 원유를 우회 수출해왔다.

재무부는 이번 면제로 이란이 달러로 직접 결제를 받을 수 있으며 해외 은행을 통해 원유 판매 대금을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3월 발표됐던 제한적 면제보다 한층 확대된 조치다. 당시에는 이미 해상에 있는 원유 판매만 허용됐고 달러 거래는 여전히 금지됐다.

사실상 이란이 수십 년 동안 의존해온 그림자 원유 거래를 합법 시장으로 끌어낸 셈이다. 재무부는 기존 제재 대상 유조선을 이용한 원유 판매도 이번 면제 기간에는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원유 거래에만 그치지 않는다.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미아드 말레키 전 미 재무부 제재 담당 고위관리는 "이번 면제에는 이란 중앙은행을 포함한 일부 기관에 대한 테러 관련 제재까지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지난 20년 동안 미국 의회가 구축해온 대이란 제재 체계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난 조치"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경제적 유화책과 함께 핵 협상도 병행하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스위스 뷔르겐슈톡에서 열린 협상 후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은 이를 공식 인정하지 않았으며 사찰 범위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포기하는 대신 단계적인 제재 완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 이란은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도 우라늄 농축 권리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스위스 루체른 인근 오부어겐의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과의 고위급 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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