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입 가리고 말하면 퇴장

유럽 축구에선 ‘축구 명가’ 브라질 선수들을 향한 인종차별 행위가 유독 심했다. 바나나는 유색인을 원숭이 취급하는 차별의 상징이다. 2014년 스페인 프로축구에서 브라질 출신 다니 아우베스(FC 바르셀로나)가 관중이 그라운드로 던진 바나나를 집어 들어 먹어버린 일이 있다. 이후 많은 선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바나나를 먹는 사진을 올리며 차별에 저항했다.
지난 2월 열린 벤피카(포르투갈)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중 브라질 국가대표인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와 잔루카 프레스티아니(벤피카)가 말다툼을 벌였다. 당시 비니시우스는 상대가 유니폼으로 입을 가린 채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프레스티아니는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UEFA는 프레스티아니에게 6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입 모양을 확인할 수 없어 인종차별 발언을 밝혀내진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부터 경기 중 충돌 상황에서 손, 유니폼으로 입을 가린 채 상대를 도발하는 행위를 중대 반칙으로 규정했다. 발언 내용과 상관없이 퇴장시키는, 일명 ‘비니시우스 룰’이다. 파라과이의 핵심 미드필더 미겔 알미론이 이 징계의 첫 사례가 됐다. 20일 튀르키예와의 경기 중 상대 선수와 거칠게 충돌하자 의도적으로 입을 가린 채 말을 건네다 적발됐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해당 장면을 확인한 뒤 즉시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두고두고 오명으로 남을 게다. 축구계의 인종차별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길….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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