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흐 원맨쇼로 WC 첫승…이집트 역사 바꾼 ‘파라오 왼발’

‘파라오’ 무함마드 살라흐(34·리버풀·사진)가 이집트 축구의 92년 묵은 월드컵 무승 잔혹사를 마침내 깨트렸다. 전반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던 분위기를 뒤집는 역전골에 쐐기포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며 조국에 월드컵 사상 첫 승점 3점의 감격을 안겼다.
호삼 하산 감독이 이끄는 이집트 축구대표팀은 22일 캐나다 밴쿠버의 BC 플레이스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1골·1도움을 몰아친 살라흐의 원맨쇼에 힘입어 뉴질랜드에 3-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16일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1-1로 비겼던 이집트는 1승 1무(승점 4)를 기록, 벨기에와 이란(이상 2무·승점 2)을 제치고 G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반면 뉴질랜드(1무 1패·승점 1)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 첫 출전 이후 통산 4번째 본선 무대를 밟은 이집트는 그동안 8경기에서 이어진 무승 사슬(3무 5패)을 끊어내고 본선 역사상 최초의 승리를 거뒀다. 시작은 불안했다. 전반 15분 코너킥 상황에서 뉴질랜드의 190㎝ 장신 수비수 핀 서먼에게 강력한 헤더 선제골을 얻어맞으며 리드를 내줬다. 이집트는 전반 35분 살라흐의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이 골대 왼쪽을 살짝 벗어나는 등 전반 내내 동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고전했다.
진짜 승부는 후반전이었다. 측면 배후 공간을 파고든 살라흐가 후반 13분 동점골의 징검다리를 놨다. 살라흐가 오른쪽 측면을 허물며 찔러준 패스가 모하메드 하니의 크로스로 이어졌고, 이를 모스타파 지코가 헤더로 마무리해 1-1 균형을 맞췄다.
기세를 잡은 살라흐는 후반 22분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박스 안에서 지코와 환상적인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수비진을 무력화한 뒤, 전매특허인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뉴질랜드의 골망을 세차게 갈랐다. 자신의 월드컵 통산 3호 골이자 A매치 통산 68번째 골이었다.
살라흐의 화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후반 37분 날카로운 아웃스윙 코너킥으로 마흐무드 트레제게의 다이빙 헤더 쐐기포를 정확히 배달하며 3-1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85분을 소화한 살라흐는 5개의 슈팅 중 2개의 유효슈팅을 날리며 만점 활약을 펼쳤다. 양 팀 통틀어 최다인 5개의 키패스로 공격을 조율했고, 박스 안 진입 7회를 기록하는 등 이집트 공격의 핵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며 경기 최우수 선수(MOTM)에 선정됐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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