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출근일기 기자 쌤이 간다] (4) 산양 젖짜기 체험

진휘준 2026. 6. 2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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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갓 짜낸 ‘산양유 한 컵’… 몸과 마음 쑥쑥 큽니다

산양 21마리와 함께 자라는 학교

교장선생님 하루 오전·오후 두 번 유축
우유 급식 대신 순도 100% 산양유 지급
거름은 채소 텃밭에 사용돼 ‘생태 현장’


4·5학년 아이들과 가축 돌보기

털 빗개로 등 쓸고 짚풀·사료 배식
어린 양에겐 분유 담은 젖병 물려
시골 학교만의 특별한 경험 선사

함양군 금반초 산양 우리에는 학생들의 보살핌을 받는 산양 21마리가 산다. 5학년 최현서 군이 산양털을 빗겨주고 4학년 이시율 군이 젖짜기를 하고 있다.

지역 작은 학교인 금반초는 도시의 여느 학교들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마 이게 아닐까 싶은데요. 학교에 산양 우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산양이 21마리나 있고 아이들로부터 매일 보살핌을 받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흔히 보는 우유 급식 대신 산양유를 매일 마십니다. 이달 학교를 찾은 취재진은 산양들과 친해지고 산양유를 직접 짜보는 체험까지 해보기로 했습니다. 과연 산양들은 마음을 열어줬을까요?

◇매일 아침 산양유를 마시는 학교= 지난 11일 오후 금반초등학교 교문에 들어서자마자 좌측으로 보이는 산양 우리에서 산양들이 달려나와 울타리 너머서 “메에에~”하고 취재진을 반겨줍니다.

오후 수업이 한창인 이 시간, 몇몇 산양들은 3m가량 높이의 교문 구조물 위로 올라가 나뭇잎을 뜯어먹고 있었습니다. 그 아래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서열 싸움을 하고 있는 양들도 있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올해 4월 8일생인 지혜 양과 4월 5일생 나래 양. 작은 산양들은 에너지가 넘쳐 보입니다. 수컷 산양은 파란 목걸이를, 암컷 산양은 빨간 목걸리를 찼습니다.

금반초에서 산양들을 주로 돌봐주는 건 교장선생님과 학생들입니다. 백종필 교장선생님께 산양들과 친해지는 법을 배운 후, 젖짜기 강의까지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산양 우리 앞 정자에 앉아 교장선생님이 냉장고서 꺼내 오신 산양유를 맛보기로 합니다. 전날 오전에 짠 것으로, 순도 100% 산양유입니다. 빛깔은 우유랑 유사해 보이는데, 조금 더 탁한 느낌입니다. 특별한 향은 나지 않았습니다. 기대와 묘한 긴장감을 갖고 쭉 마셔 봤습니다. 생각보다 우유와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우유보다 단맛이 덜해 저지방 우유와 흡사한 맛입니다.

함양군 금반초 산양 우리에는 학생들의 보살핌을 받는 산양 21마리가 산다. 5학년 최현서 군이 산양털을 빗고 있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4시 두 차례 교장선생님께선 직접 산양들의 젖을 짭니다. 산양유는 63도의 살균기에서 살균된 후 이튿날 아침에 아이들에게 제공됩니다. 매일 아침 금반초 학생들은 산양유와 시리얼로 간편식을 먹습니다. 하루가 넘은 산양유로 치즈와 요구르트를 만드는 방안도 연구 중입니다. 백 교장선생님은 산양 우리로 들어가며 웃음을 보입니다. “산양들에게서 나오는 거름으로는 학교 안에 있는 고구마, 감자, 각종 채소 텃밭에 쓰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위한 생태 교육 현장이죠.”

산양유를 얻기 위한 첫 단계는 산양들과 친해지는 일입니다. 지난 2024년 처음 4마리 산양을 들여와 21마리까지 늘린 교장선생님은 산양들과 남다른 친밀감을 갖고 있습니다. 친해지기 미션은 두 단계로 나뉩니다. 먹이주기와 털 빗기기입니다.

사료를 들고 그대로 산양 우리에 들어가면, 곧바로 산양들에 둘러싸여 사료를 제대로 분배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산양들을 나누어 우리 밖으로 유인한 다음 사료를 먹이기로 합니다.

교장선생님을 따라 산양 우리 옆으로 난 풀밭을 따라서 산양들이 나뭇잎을 먹으러 올라갔던 교문 구조물 위로 올라갔습니다. 힘겹게 오르내린 기자와 달리 산양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경사진 구조물을 올라옵니다. 가장 먼저 다가온 ‘기쁨이’에게 사료를 먹였습니다. 먹는 데 정신을 팔린 사이 등과 머리도 쓰다듬어 봅니다. 사람 손을 낯설어하지 않는 모습이 덩치가 조금 크고 뿔이 달린 강아지 같기도 합니다.

금반초 산양들이 건초를 먹고 있다.

다시 우리 밖으로 산양들을 서너 마리씩 유인해 먹이를 주길 반복했습니다. 사료를 어느 정도 먹인 후에 산양 우리에 들어가 짚풀을 배식해 줬습니다. 산양들은 먹이를 보자마자 순식간에 먹어 치웁니다.

다음은 털 빗개로 산양들의 등을 쓸어줬습니다. 등을 내준 산양들은 시원한 듯 가만히 다리에 기대어 서 있었습니다. 한 마리당 3분 정도씩 골고루 정성스레 네댓 마리의 등을 긁어줬습니다. 그 뒤엔 여름철 파리를 퇴치하기 위한 퇴치제도 우리 바닥에 골고루 뿌려줍니다. 여름철 산양 우리는 ‘파리와의 전쟁’이라고 합니다. 땀을 쏟으며 산양들과 어울리다 보니 산양들의 경계도 수그러진 느낌입니다. 이젠 조금 친해졌다고 봐도 되겠죠?

함양군 금반초에서 진휘준 기자가 산양에게 건초를 먹이고 있다.

◇학생들과 산양 젖짜기 체험= 본격적으로 4·5학년 아이들과 직접 산양 젖을 짜보기로 합니다. 5학년은 산양들과 가장 친한 학년으로, 매주 주말에도 학교로 찾아와 산양들을 돌봐주고 있습니다.

먼저 교장선생님이 젖짜기 시범을 보입니다. 산양 우리에서 5학년 중 가장 덩치가 큰 김민찬 군이 산양을 한 마리씩 바깥으로 몹니다. 산양의 목걸이를 줄에 연결해 고정시킨 후, 손을 깨끗하게 씻고 산양의 젖 주변부를 잘 닦아줍니다. 그 후 작은 호스 모양의 유축기를 조심스레 산양의 젖에 끼웁니다. 젖을 짜는 동안 산양에게 사료를 주며 관심을 돌립니다. 유축기에서 펌프로 산양유가 양동이로 전달되는 동안, 산양의 유방을 부드럽게 만지면서 유축을 유도합니다.

4학년 이시율 군이 젖짜기를 하고 있다.

기자의 유축 파트너는 4학년 이시율 군입니다. 학교서 소문난 ‘생물 박사’ 시율 군은 산양의 특성까지 줄줄 꿰고 있었습니다. “이리 와. 나랑아! 밥 먹자!” 산양 나랑이를 사료로 유인한 시율 군은 첫 유축임에도 능숙하게 유축기를 부착합니다. 그리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유방을 골고루 쓰다듬으니 양동이에 산양유가 빠르게 채워집니다.

“올릴게요!” 민찬이가 나랑이를 우리로 내려주고, 다음 주자인 행복이를 올려줍니다. 시율이가 했던 것처럼 유륜을 잘 닦아준 후 유축기를 붙여줍니다. 그러나 유축기 작동이 시작된 후 호스 끝부분에서 공기 빠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산양이 이 느낌을 제일 싫어해요. 잘 집어넣어야 해요.”

교장선생님의 가르침에 유축기를 다시 제대로 붙이고, 유방을 양 손으로 감싸쥐었습니다. 따뜻하기도 하고, 속이 꽉 찬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손에 살짝 힘을 주며 유방을 쥐었더니 유축이 더욱 잘 됐습니다. 이렇게 10분도 안 되는 동안 산양 세 마리 유축이 끝나고 양동이는 산양유로 가득 찼습니다.

“이거 바로 마셔 봐도 됩니까?”

“그럼요. 바로 들이켜 보세요.”

산양유 통을 가득 채우고 양동이에 남은 산양유를 마셔 보았습니다. 갓 짠 것이라 그런지 온기가 가득합니다. 고소함도 조금 더 강한 맛입니다.

“이제 청소를 한 번 싹 하면 됩니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지요?”

“어유, 보통이 아닙니다.”

5학년 조아인 학생이 새끼 산양들에게 산양유를 먹이고 있다.

이제 이날 산양 관리의 마지막 단계로 짚풀과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어린 양들에게 분유를 먹입니다. 전용 분유를 타서 젖병에 담은 후 생후 3개월 이하의 작은 산양들에게 물려줍니다. 이시율 군과 5학년 조아인 양이 도와주기로 합니다. 어린 양들은 젖병을 입에서 떼어낼 때까지 정신없이 분유를 먹었습니다.

임무를 마친 후 아이들과 정자에 앉아 산양유를 나눠 마셨습니다. 산양 돌보기에 진심인 아이들은 방과 후나 휴일을 가리지 않고 산양들과 노는 게 일상입니다.

“산양들 데리고 운동장 한 바퀴 돌면서 산책도 다녀요. 아기일 때 더 귀여워요.”

생애 첫 유축 체험을 마치고 나니 온몸은 땀과 사람 몸에 비비기를 좋아하는 산양들의 흔적으로 뒤덮였습니다. 금반초 아이들이 즐기는 남다른 일상을 조금이나마 공유받은 느낌입니다. 올여름엔 아이들처럼 산양과 친구 같은 사이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글=진휘준 기자·사진=성승건 기자

영상=김용락 기자, 이솔희·이하림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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