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엔 파란 봉투, 한손엔 욱일기…두얼굴 일본팬

일본 축구팬이 2026 북중미 월드컵 관중석에서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들고 응원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4년 전 카타르 대회에 이어 또다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욱일기가 등장했다. 이번 대회 경기 후 관중석을 치우는 성숙한 매너로 호평을 받은 일본 관중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대표팀은 21일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일본은 특히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 개막전 이후 통산 1000번째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둬 세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경기 후 일본 팬들은 변함없이 관중석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로이터 통신은 “일본 관중들은 4-0 대승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전원 경기장에 남아 푸른색 쓰레기 봉투를 들고 좌석 주위의 오물을 완벽하게 치웠다”고 전했다.

하지만 모든 관중이 아름답진 않았다. 이날 경기 중계 화면에 선글라스를 낀 한 일본인 남성이 ‘욱일기’를 활짝 펼쳐 들고 응원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포착됐다.
욱일기는 붉은 태양에서 여러 갈래의 햇살이 뻗어나가는 문양의 깃발이다. 일본에서는 에도시대부터 일부 문양으로 사용됐지만, 1870년 일본 제국 육군의 군기로 채택됐고, 1889년에는 일본 제국 해군 군기로 사용됐다. 이후 한반도 식민지배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과정에서 사용되면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본 군국주의와 침략전쟁을 상징하는 표식으로 여겨진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 응원단이 경기장 내에서 욱일기를 들고 응원해 안전요원들의 제지를 받은 적이 있다. 이날 월드컵 통산 1000번째 경기라는 역사적인 무대에서 다시 욱일기가 등장하면서 거센 비판이 나온다.
경기 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를 비롯한 국내외 시민단체들은 즉각 국제축구연맹(FIFA)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본 내 거리 응원에서만 쓰이던 욱일기가 결국 본선 경기장 안까지 진입한 것은 아시아 축구팬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모욕적인 행위”라면서 “월드컵에서 욱일기 응원이 반복되지 않도록 FIFA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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