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보고 있으면 무서울 게 없다

양승남 기자 2026. 6. 22.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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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한 골 막았어 우루과이 슈팅을 막고 있는 보지냐. 로이터·신화연합뉴스

카보베르데, 스페인과 무승부 이어 우루과이와도 2 대 2 명승부
탄탄한 수비·효율적인 공격 “경기장에 올라서면 모든 게 평등”
우여곡절 끝 ‘어머니 직관’ 보지냐 풀타임…“어릴 적 꿈 이뤄져”

‘무적함대’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카보베르데가 남미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날카로운 창까지 과시했다. 인구 50만의 서아프리카 소국 카보베르데가 북중미 월드컵에서 가장 매력적인 다크호스로 우뚝 섰다.

카보베르데는 22일 미국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카보베르데는 스페인전(0-0 무)에 이어 2경기 연속 승점을 수확, H조 판도를 혼돈으로 몰고 갔다. 조 3위 카보베르데는 최종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꺾으면 자력으로 32강에 진출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3위 카보베르데는 19위 우루과이를 상대로 주눅들지 않았다.

경기 초반 단단한 수비로 우루과이와 맞선 카보베르데는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전반 21분 미드필드 중앙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케빈 피나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먼저 골망을 출렁였다. 카보베르데 월드컵 역사상 첫 득점이었다. 우루과이는 전반 44분 막시밀리아노 아라우호의 헤더로 균형을 맞춘 뒤 추가시간 아구스틴 카노비오의 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하지만 카보베르데는 무너지지 않았다. 후반 16분 우루과이 기예르모 바렐라의 백패스 실수와 골키퍼 페르난도 무슬레라의 판단 미스를 놓치지 않은 엘리우 바렐라가 빈 골문에 침착하게 밀어 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에도 카보베르데는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엄마, 나 한 골 막았어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의 어머니 아나 칸디다 에보라가 22일 미국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H조 2차전에서 카보베르데가 우루과이를 상대로 선취골을 뽑아내자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신화연합뉴스


카보베르데는 슈팅 12개 가운데 유효슈팅을 4개나 만들었다. 우루과이는 17개 슛을 날렸지만 유효슈팅은 2개였다. 카보베르데가 훨씬 효율적인 플레이를 했다. 파울 수도 카보베르데는 4개였고 우루과이는 11개였다.

스페인전에서 카보베르데가 범한 파울은 단 1개. 유럽, 남미 강호와 비기면서도 파울을 5개만 기록했다는 것은 카보베르데가 몸싸움이 아니라 기량으로 당당하게 맞섰다는 뜻이다. 부비스타 카보베르데 감독은 “경기장에 올라서면 많은 것들이 평등해진다”며 “재정적이든 다른 어떤 어려움이든, 꿈을 갖고 그것을 좇는다면 큰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페인전에서 슈팅 27개를 막아낸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는 이날도 풀타임 출전했다. 그의 어머니 아나 칸디다 에보라는 현장에서 아들을 지켜봤다. 에보라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어릴 적에는 할머니가 늘 경기장에 데려다줬다. 골을 먹으면 속상해했고, 친구들은 ‘할머니한테 가서 이를 거냐’고 놀리곤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보지냐에게 ‘언젠가 네가 월드컵에서 뛸 거야’라고 말한 게 이뤄졌다”며 감격했다. 어머니는 비자 문제로 미국으로 가지 못했는데 스페인전 직후 보지냐가 사연을 공개했고 미국 정부, FIFA가 나서 어머니 비자 발급 및 미국 입국, 직관을 이뤄냈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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