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대의 이로운 기술, 다정한 도시] 초지능의 시대, 도시는 사람을 잃지 말아야 한다

김상진 기자 2026. 6. 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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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대 대구테크노파크 지능도시본부장, 유럽리빙랩네트워크 대구창의리빙랩 사무국장
김희대 대구테크노파크 지능도시본부장, 유럽리빙랩네트워크 대구창의리빙랩 사무국장

인공지능(AI)의 진화 속도가 다시 임계점을 넘고 있다. 챗지피티(ChatGPT)를 처음 배포한 2022년 12월부터 작년 초까지만 해도 생성형 AI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최근 생성형 AI는 프로그램 코드를 수정하고, 취약점을 찾고, 복잡한 업무를 여러 단계로 나누어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스스로 다음 행동을 판단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 AI는 더 이상 화면 안의 대화 상대가 아니다. 산업과 행정, 국방과 금융, 도시 운영의 내부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주 앤트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발표한 글은 AI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고 위험하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AI가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노동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안으로는 AI에 따른 일자리 대체를 정부가 정밀하게 추적하고, 저임금 일자리로 이동한 노동자에게 임금보험을 제공하며, 장기적으로 AI 기업 과세와 자본이득세를 통해 보편적 소득지원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6월17일 프랑스 G7 폐막일 행사에서 다리오 아모데이는 AI가 악의적 행위자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민주주의 국가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기까지 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경고가 기술 비판론자가 아니라, 세계 최전선의 AI 기업 CEO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기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오히려 사회가 기술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AI가 노동을 대체하고 자본수익을 집중시키며 민주적 통제의 무력화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구조적 경고다.

더 큰 문제는 권력의 집중이다. 강력한 AI가 국가 권력과 결합하면 감시와 통제의 정밀도는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반대로 AI 기업이 지나치게 커지면 국가를 압도하는 또 다른 권력체가 될 수 있다. 최근 고성능 AI 모델의 접근 제한을 둘러싼 미국 정부와 AI 기업의 충돌은 이 흐름을 상징한다. 앞으로의 AI 질서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패권, 자본, 안보, 민주주의가 뒤엉킨 복합 경쟁이 될 것이다.

도시 차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AI는 결국 공간 속에서 작동한다. 교통신호를 조정하고, 복지 대상을 찾아내며, 범죄 위험을 예측하고, 에너지 사용을 관리한다. 기술이 시민의 삶에 실제로 닿는 행정의 접점은 도시 단위다. AI 시대의 도시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수요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을 보호하고, 변화의 충격을 흡수하며, 기술의 방향을 사람 중심으로 조정하는 완충장치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는 다음과 같은 의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첫째, 도시는 AI가 바꿀 일자리와 생활 변화를 지역 단위에서 추적하여야 한다. 중앙정부의 거시 통계만으로는 골목상권, 제조현장, 돌봄노동, 청년 프리랜서의 변화를 포착하기 어렵다. 산업단지, 전통시장, 공공서비스, 문화콘텐츠, 돌봄 현장에서 AI가 어떤 일을 대체하고 어떤 일을 새로 만드는지 도시 차원의 'AI 전환 관측소'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AI를 도입하는 공간에는 사람 중심의 안전장치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공공서비스에 AI를 붙이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시민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며, 최종 책임을 지는 인간 담당자가 있어야 한다.

셋째, 도시 데이터와 AI 인프라는 지역의 공공자산으로 다루어야 한다. 글로벌 모델을 빌려 쓰는 것만으로는 지역의 맥락을 이해하는 AI를 만들 수 없다. 도시의 골목·산업·교통·복지·문화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결하고, 시민과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가 데이터를 잃으면 AI 시대의 정책 주권도 잃는다. 넷째, AI 전환의 이익을 지역 안에서 순환시켜야 한다.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시민의 학습권, 전환훈련, 돌봄서비스, 고용안전망에 재투자되어야 한다. AI 기술이 기업의 비용절감 수단으로만 쓰인다면 도시는 점점 더 삭막해질 것이다. AI의 이익이 시민의 삶으로 돌아올 때 도시는 다정해진다.

AI의 미래를 막을 수는 없다. 초성장의 가능성과 초양극화의 위험은 동시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AI를 어떤 공간에, 누구를 위해 배치할 것인지는 사회가 정해야 한다. 더 빠른 도시가 아니라,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다시 연결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먼저 발견하며 시민이 기술 앞에서 무력해지지 않도록 지키는 도시 안전망이 먼저다. 더 깊은 민주적 통제, 더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 더 따뜻한 시민사회 감각이 필요하다. 그것이 다정한 도시로 가는 이로운 기술의 첫 번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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