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 작은 도시가 품은 알제리 대표팀...월드컵 속 특별한 동행

정승우 2026. 6. 2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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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정승우 기자] 미국 캔자스주의 작은 대학 도시가 알제리 대표팀을 품었다. 환대의 분위기 뒤에는 알제리 국내 인권 논란이라는 무거운 그림자도 함께 놓여 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22일(한국시간) "캔자스의 작은 도시가 알제리 대표팀을 자신들의 팀처럼 받아들였다. 동시에 알제리 본국의 인권 시위와 언론 탄압 논란은 월드컵 행보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알제리 주장 리야드 마레즈는 대회 첫 경기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로런스 시민들에게 "존중한다. 환영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알제리는 지난주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첫 경기를 치렀다. 리오넬 메시가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알제리는 0-3으로 패했다. 경기 결과와 별개로 알제리 대표팀은 로런스에서 강한 환대를 받고 있다.

로런스는 캔자스대학교가 위치한 작은 대학 도시다. 알제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캔자스시티 인근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네 팀 중 하나다.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잉글랜드도 이 지역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 그중 알제리와 로런스의 관계는 유독 특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제리 선수들은 캔자스대학교 농구 명소인 앨런 필드하우스에서 농구공을 던졌고,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는 미식축구공도 잡았다. 도시 곳곳에는 아랍어로 알제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문구가 걸렸다. 선수들도 쉬는 시간에 지역 어린이들과 공을 차며 교류했다.

로런스 관광·컨벤션 담당 지역 관계자인 루스 드윗은 "알제리 사람들이 이곳에 오기까지 겪은 어려움을 알수록, 우리 도시가 얼마나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알제리는 빠르게 우리의 홈팀이 됐다. 상점들은 창문에 알제리 국기와 배너, 관련 상품을 걸었다. 학교와 여름 캠프에서는 알제리에 대해 배우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여러 단체는 환영 영상을 만들었다. 예술 프로그램은 축구와 사람들 사이의 국제적 연결을 주제로 공공 전시물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알제리 선수들이 로런스에 흔적을 남긴 것처럼, 로런스 시민들도 알제리 선수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블라디미르 페트코비치 알제리 감독은 "첫날 저녁 호텔 밖에서 팬들이 기다리는 모습을 봤을 때 소름이 돋았다. 자부심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개 훈련에서도 많은 미국 시민들이 우리를 위해 스카프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정말 많은 지지를 보내줬고, 이 순간을 함께 축하하고 싶어 했다"라고 전했다.

월드컵을 둘러싼 따뜻한 장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알제리 본국에서는 인권 문제와 언론 탄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데일리 메일은 "월드컵이 열리는 곳에서 5,000마일 이상 떨어진 알제리에서는 당국이 시위와 소셜미디어, 다른 형태의 공개적 반대 의견을 탄압하고 있다고 인권 단체들이 말한다"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프랑스 기자 크리스토프 글레즈가 거론된다. 그는 '테러 옹호' 혐의 등으로 구금된 상태다. 비판자들은 해당 혐의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레즈의 부모 실비, 프랑시스 고다르는 성명을 통해 "그는 축구 기자이며, 축구 기자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끝나지 않는 이 상황은 우리에게 너무나 큰 고통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압델마지드 테분 대통령에게 자비를 호소한다. 크리스토프가 가능한 한 빨리 자유와 가족, 스포츠 기자라는 자신의 일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잔니 인판티노 회장도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글레즈 문제를 언급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알제리 당국에 사면을 촉구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그의 부모를 경기에 초대했다. 나는 정말로 위대한 인도주의적 행동으로 그에게 대통령 사면이 내려져 이곳 월드컵에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 이곳에 없는 동안, 그의 자리는 이곳에 남겨둘 것"이라고 밝혔다.

FIFA는 글레즈에게 이번 대회 미디어 인증을 발급했고, 상징적으로 그의 좌석을 비워두고 있다.

글레즈는 알제리 축구선수 알베르 에보세의 사망 사건을 취재하던 중 구금됐다. 그의 항소는 지난 12월 기각됐다. 국경없는기자회는 해당 사건을 "근거 없고 터무니없다"라고 비판했다. 비판자들은 이 사건이 테분 정부가 언론, 시민 활동가, 정치적 토론을 억눌러온 방식의 한 예라고 지적한다.

구금 중에도 글레즈는 기자로서 일을 이어가려 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일간지 '레키프'의 뱅상 둘뤽은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에게 월드컵 수분 보충 휴식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이 질문이 글레즈를 대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데샹 감독은 "크리스토프와 관련해서는 프랑스컵 결승 때 그의 부모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와 그의 가족을 위해, 그가 가능한 한 빨리 이곳에 와 직접 질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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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법정, 구금 시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알제리 대표팀은 다시 월드컵 경기를 준비한다. 마레즈, 라얀 아이트누리, 모하메드 아무라가 이끄는 알제리는 월요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요르단과 J조 조별리그 중요한 경기를 치른다.

알제리는 지난주 캔자스시티 애로헤드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에 패했다. 48개국 중 32개국이 토너먼트에 오르는 대회 방식 속에서도 알제리에는 승리가 절실하다.

알제리는 월드컵 본선에 5차례 진출했지만, 16강을 넘어선 적은 없다. 최근 두 차례 월드컵에는 본선 진출에도 실패했다.

페트코비치 감독은 "솔직히 말해 우리는 수십만 알제리 팬들이 뒤에서 응원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것이 알제리 축구의 훌륭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팬들은 우리를 응원할 뿐 아니라 우리를 견뎌준다. 비판적인 팬들도 많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나라와 국가대표팀을 자랑스럽게 응원한다"라고 했다.

이제 로런스 시민들도 그 응원에 합류했다. 페트코비치 감독은 "중립 팬들이 모두 알제리를 응원해주기를 바란다. 정말 좋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큰 도움을 받았다. 공개 훈련에서도 알제리 사람들뿐 아니라 이 지역에 사는 미국 현지인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줬다. 우리도 그들에게 무언가를 돌려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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