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5. 김병주 국회의원 인터뷰 “76년째 부치지 못한 편지, 평화를 기다리다”

라다솜 기자 2026. 6. 2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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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 군사우편에 남겨진 전쟁의 생활 기록
김 의원 “안보·평화, 대립 아닌 상호 보완 관계”
인천일보 기획, 전쟁 속 삶 복원한 아카이브
적대 넘어 신뢰 구축이 한반도 안정 열쇠

군사적 긴장 완화와 교류 복원 필요 제기
“역사적 기억이 평화의 출발점 돼야” 강조
월미도 편지에 담긴 가족애와 분단 현실
전쟁이 남긴 질문, 오늘의 한반도를 묻다

인천일보 특별기획 <부치지 못한 편지> 역시 발신인과 수신인 모두에게 닿지 못한 안타까움의 기록이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충돌한 6·25 전쟁은 총성은 멎었지만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유엔군의 지원 속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냈고, 북한은 중국과 소련의 지원 아래 전쟁을 이어갔다. 냉전의 유산은 76년이 지난 지금도 한반도에 남아 있으며, 분단은 현재진행형의 역사로 이어지고 있다.

1950년 9·15 인천상륙작전 직후 월미도에서 발견된 인민군 군사우편은 '군사문서'이자 '생활사'의 기록이다.

이번 기획을 접한 육군 대장(4성 장군) 출신이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김병주(더불어민주당·경기 남양주시을) 국회의원은 "전쟁의 비극을 기록으로 되새기게 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쟁의 책임과 역사적 평가는 분명히 하되, 전쟁 속 개인들의 고통과 상실까지 지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76년 전 월미도에서 멈춰 선 이 편지들은 아직도 목적지에 닿지 못했다. 이 <부치지 못한 편지>는 언제쯤 주인 곁에 닿을 수 있을까.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직후 월미도에서 발견된 편지들은 끝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

황해도와 평안북도, 자강도 등 북녘 곳곳으로 보내질 예정이었던 편지에는 부모의 건강을 걱정하는 아들의 마음이 담겼고, 아내와 자녀를 그리워하는 남편의 사연이 적혀 있었다. 전쟁은 국가와 국가, 체제와 체제의 충돌로 기록되지만 편지 속에는 가족을 걱정하고 고향을 그리워했던 평범한 청년들의 삶이 남아 있었다.

인천일보 특별기획 <부치지 못한 편지>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이 남긴 편지 97통을 통해 전쟁과 분단이 개인의 삶에 남긴 상처를 추적했다.

이번에 공개된 편지들은 단순한 개인 서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전쟁 기록의 상당수는 군사작전과 전선의 변화, 정치 지도자의 결정에 집중돼 있다. 반면 전쟁 한복판에 있었던 병사 개인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특히 인천상륙작전 직후 월미도에서 발견된 인민군 편지는 북한군 병사들이 직접 남긴 육필 기록이라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크다. 전쟁사를 넘어 생활사와 감정사의 영역에서 한국전쟁을 바라보게 하는 기록인 셈이다.

▲ 더불어민주당 김병주(경기 남양주시을) 국회의원 /인천일보DB

육군 대장(4성 장군)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김병주(경기 남양주시을) 국회의원은 이번 인천일보 기획을 "전쟁의 비극을 기록으로 되새기게 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39년 군 생활 동안 최전방 지휘관부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까지 역임한 김 의원은 군사적 억제와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국회에서도 안보·국방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김 의원은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한 안보와 평화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할 힘과 긴장을 관리할 대화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일관된 주장이다.

김 의원은 "이번 기획은 이념을 미화하거나 어느 한쪽을 정당화하는 작업이 아니다"며 "전쟁이라는 거대한 비극 속에서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했던 개인들의 흔적을 통해 분단이 남긴 상처를 돌아보게 한 기록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전쟁의 역사적 성격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한국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흔들릴 수 없다"며 "동시에 전쟁 속에 던져진 수많은 개인들이 가족을 걱정하고 고향을 그리워했다는 인간적 기록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로 편지들에는 정치적 구호보다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부모님의 건강을 묻고, 어린 자녀의 안부를 걱정하고, 고향 소식을 궁금해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편지를 쓴 이들은 대한민국을 침략한 북한군이었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아들이자 남편, 형제였다.

김 의원은 바로 이 지점이 이번 기획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쟁의 책임과 역사적 평가는 분명히 하되, 전쟁 속 개인들의 고통과 상실까지 지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번 기획의 의미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전쟁의 참혹함을 구체적 기록으로 보여줬고, 둘째 분단이 개인과 가족에게 남긴 상처를 되새기게 했다. 셋째 안보와 평화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는 점이다.

특히 세 번째 의미를 강조했다.

김 의원은 "안보와 평화가 서로 대립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강한 안보가 있어야 평화를 지킬 수 있고, 평화를 지향해야 안보의 목적도 분명해진다"고 언급했다.

이는 최근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시각과도 연결된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시기 남북관계를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지만 남북 간 소통 채널은 사실상 사라진 시기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강경 대응 필요성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군 출신으로서 강한 억제력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강경 대응만으로는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그러나 안보는 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힘과 대화, 억제와 관리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상황은 한마디로 남북 간 군사적 신뢰와 소통 채널의 실종"이라며 "위기 상황에서 오판을 막을 통로가 약해졌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반도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70여 년 넘게 전면전을 피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전쟁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상태다. 남북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군사적 긴장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안보와 평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추구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강한 안보 위의 실용적 평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 의원은 "대화는 필요하지만 대화가 곧 양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평화는 말로만 지켜지지 않는다. 강한 군사 대비태세와 한미동맹, 국제공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은 전쟁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며 "가장 좋은 안보는 싸우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남북 교류 재개에 대해서는 신중하지만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남북 교류 재개는 쉽지 않지만 필요하고 준비해야 할 과제"라며 "북한의 태도와 국제 제재, 북미관계, 미중관계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기간에 큰 교류가 재개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고 안전한 교류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산가족 상봉과 보건의료 협력, 재난 대응, 역사·문화 자료 교류처럼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부터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런 점에서 인천일보 기획 <부치지 못한 편지>에 담긴 기록 역시 남북이 서로를 이해하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편지들은 군사문서이면서 동시에 가족의 안부를 묻는 생활사 기록"이라며 "전쟁 속에서도 사람은 가족을 걱정했고 고향을 그리워했다. 그런 인간적 기록은 남북이 서로를 적대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자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북한 체제를 미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역사적 사실은 사실대로, 인도적 의미는 인도적 의미대로 분리해 다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파주 적군묘지 평화·화해 공간 활용 구상에 대해서도 균형론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인도주의와 평화교육 차원에서는 의미를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국민 정서와 안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북한군을 기리는 사업이나 한국전쟁의 책임을 흐리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남북관계 회복 과정에서 군사적 신뢰 구축과 인도적 교류 가운데 무엇이 우선이냐는 질문에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군사적 신뢰 구축은 안전판이고 인도적 교류는 출발점"이라며 "우발충돌을 막기 위한 군사적 소통체계와 이산가족 상봉, 보건의료 협력, 문화 교류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김병주(경기 남양주시을) 국회의원 /인천일보DB

월미도에서 발견된 편지는 끝내 수신인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편지를 쓴 청년들이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부모의 건강을 묻고, 아내와 자녀를 걱정하며, 고향을 그리워했던 문장들은 76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다.

한국 사회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성장했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정전 체제에 머물러 있다. 그런 점에서 편지 97통은 과거의 기록인 동시에 현재의 질문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전쟁의 비극을 기억할수록 평화의 가치는 더 커진다"는 소신을 나타냈다.

정전 76년.

월미도에서 멈춰 선 편지들은 지금도 우리에게 묻고 있다. 전쟁의 기억을 어떻게 간직할 것인가. 그리고 그 기억 위에서 어떤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

/이주영·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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