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부활 → 팀은 나락…4826억 최고연봉자 '항명' 추태 → 감독은 '선긋기', 팬은 '질타'

김영록 2026. 6. 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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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데버스. AFP연합뉴스
라파엘 데버스.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암암리에 전해지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팀 분위기가 마침내 수면위로 노출됐다. 최고 연봉 선수의 '항명' 추태가 팬들에게도 무거운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2일(한국시각) 미국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1대2로 1점차 분패를 맛봤다.

하지만 이날 패배도, 이로 인한 마이애미전 3연패도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경기중 불거진 최고 연봉 선수와 사령탑의 정면 대립은 '나락'간 샌프란시스코의 팀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태가 될 전망이다.

논란의 장본인은 라파엘 데버스다. 2024~2033시즌까지 적용되는 3억 1350만 달러(약 4826억원) 계약의 당사자다. 샌프란시스코 팀내 최고 연봉자이기도 하다.

이날 1-2로 뒤진 9회말, 그 일이 발생했다. 데버스는 선두타자로 등장, 볼넷을 얻어내며 1루로 출루했다. 그러자 토니 비텔로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대주자 조나 콕스를 투입했다. 보다 발이 빠른 콕스를 투입해 상대 내야를 흔들 의도였다.

그런데 이때 데버스가 발끈했다. 콕스에게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라'며 손을 내저었다. 당황한 콕스는 1루를 향해 나가는 와중에도 데버스와 더그아웃 양쪽의 눈치를 살피며 당황했다. 콕스는 2023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입문했고,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빅리그에 처음 데뷔한 신인이다.

이미 이뤄진 교체인 이상 데버스가 누상에서 버틸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데버스는 헬멧을 벗어 거칠게 집어던졌고, 그를 격려하는 코치의 손을 피해 더그아웃 구석에 잠시 머물렀다가 라커룸으로 향했다. 말 그대로 '미성숙함'으로 점철된 행동에 비텔로 감독을 비롯한 코치들도, 팀 동료들도 그를 달래주기보단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쪽을 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콕스의 투입은 실패였다. 콕스는 도루는 커녕 만회점을 위한 어떤 움직임도 보여주지 못했고, 다음타자 이정후의 범타, 그리고 윌리 아다메스의 병살타로 경기는 샌프란시스코의 패배로 끝났다. 이날 9이닝을 모두 책임진 로건 웹의 투혼은 아쉽게도 패전의 멍에를 썼다.

하지만 데버스의 행동에 대해 현지 미디어와 팬들은 일관되게 불꽃 같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우선 데버스는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니다. 커리어 최다 도루가 2018년의 8개였고, 지난해에는 단 1개였다. 그나마 보스턴 시절 기록한 것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날까지 166경기를 뛰는 동안 단 한개의 도루도 하지 못했다.

라파엘 데버스. AP연합뉴스

반면 데버스의 성적은 연장계약을 맺은 2024년 이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한 지난해에는 그나마 타율 2할5푼2리 35홈런 10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1로 무난한 성적을 냈지만, 올해는 타율 2할3푼8리 11홈런 36타점, OPS 0.735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시즌 76경기를 뛰었지만, f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팬그래프스닷컴 기준)은 0.4에 불과하다.

10년 연장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보스턴의 미래를 맡길 차세대 프랜차이즈스타였던 그가 트레이드된 이유도 '항명' 때문이었다. 그는 알렉스 브레그먼을 영입한 팀에서 요청한 1루 혹은 지명타자로의 포지션 이동을 공개적으로 거부했고, 결국 트레이드되는 운명에 처했다. 당시만 해도 '데버스한테 이럴 수 있나'라는 보스턴 팬들의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받은 게 있는' 보스턴 팬들의 입장이고, 샌프란시스코는 다르다. 데버스는 올한해만도 2700만 달러에 달하는 연봉을 축내는, 그럼에도 비싼 연봉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쓸수밖에 없는 짐덩어리일 뿐이다.

여기에 이날 데버스의 행동은 분명 경기중 감독에게 항명하는, '도를 넘은' 행동이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반발이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불과한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들어 파이어세일(리빌딩을 위한 대규모 트레이드)을 할 것이란 루머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데버스의 이날 행동은 소속팀 샌프란시스코에겐 그의 무거운 연봉과 더불어 한층 더 묵직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기 후 비텔로 감독은 "데버스는 우리에게 '뛸 수 있다'는 의사를 표한 것"이라면서도 "최근 데버스는 주루플레이 과정에서 다리 통증을 안게 됐다. 난 우리에게 '더 빠른 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마이애미 마무리)레이크 바처는 퀵모션이 빠른 선수다. 도루를 노리기보단 타자들을 믿고, 2루타가 나왔을 때 1루에서 한번에 홈을 노리는 게 낫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라파엘 데버스. 연합뉴스

데버스를 교체하고자 했던 이유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다. 이에 반해 데버스의 불만을 설명하자면, '교체하려고 하니 기분이 나빴다'는 것 외엔 설명하기조차 어렵다.

이날 데버스는 안타 없이 마지막 타석에서 볼넷으로 첫 출루를 한 상황이기도 했다. 비텔로 감독은 "디버스가 얼마나 승부욕이 강한 선수인지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애써 선수를 감싸는 멘트를 덧붙이면서도 "클럽하우스 내부의 문제는 우리끼리 대화로 풀겠다"며 디버스와의 면담을 예고했다.

가장 입장이 곤란했던 건 대주자 콕스였다. 올시즌 빅리그로 데뷔한 콕스 입장에선 데버스의 손짓을 마냥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기 후 콕스는 "베테랑 입장에서 승부처에서 교체되는 것에 대해 화가 났을 수 있다. 다만 난 그저 내 일(대주자)을 하러 나갔을 뿐"이라며 조심스런 인터뷰를 남겼다.

하지만 현지 팬들은 "5만 달러짜리 마이너리거만도 못한 행동", "먹튀가 신인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추태", "비텔로 감독은 분명한 징계를 줘야한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시즌 성적만으로도 비판받아 마땅한게, 팀 분위기마저 망치는 이기적인 베테랑을 향한 불만이 폭발한 모양새다.

이정후가 최근 타율을 3할3푼1리까지 끌어올리며 타격 2위에 오르는 등 부활한 지금, 소속팀은 말 그대로 추락하고 있다. 이쯤 되면 차라리 이정후가 다른 팀에서 행복하길 바라야할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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