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물놀이장 참변 '감전사' 무게···여름철 안전 경고등
CCTV상 허우적거림 정황 없어
현장 가족들 "찌릿한 느낌" 진술
전기설비 이상 여부 집중 감식
광주·전남 수난사고 매년 수백건

정식 개장을 앞둔 곡성의 한 물놀이시설에서 초등학생 형제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름철 물놀이 안전에 경고등이 켜졌다. 경찰은 수심이 얕은 물놀이장에서 형제가 갑자기 의식을 잃은 경위와 관련해 감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해마다 전남광주에서 수난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시설 안전관리와 이용자 주의가 요구된다.
22일 전남경찰청과 곡성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곡성 물놀이장 초등생 사망 사고와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관계기관과 함께 사고 현장에 대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앞서 전날 오후 2시42분께 곡성군 오곡면 한 물놀이시설에서 초등학생 형제 A(10)군과 B(9)군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형제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물놀이시설은 곡성군이 민간업체에 위탁 운영하는 곳으로, 본격적인 여름철 운영을 앞두고 수질 검사를 위해 물을 받아둔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단순 익사보다는 다른 원인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형제들이 있던 구역의 수심이 매우 얕았고, 확보한 CCTV 영상에서도 일반적인 익수 사고에서 나타나는 허우적거림 등의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던 가족들이 사고 직후 “물에 닿자 찌릿한 느낌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도 경찰이 감전 가능성을 살펴보는 배경이다.
곡성경찰서 관계자는 “CCTV상 물을 먹거나 허우적거리는 장면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곧바로 쓰러지는 모습이 확인된다”며 “감전 등 다른 요인이 있는지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물놀이장 내 전기·조명·분수 설비 등 전기시설 전반에 대한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수질 검사 과정에서 누전이나 설비 결함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형제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도 국과수에 의뢰됐다. 다만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형제들이 정식 개장 전 물놀이시설을 이용하게 된 경위도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유가족과 시설 운영업체 관계자 간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부모가 친인척을 통해 양해를 구한 뒤 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사고 당시 물놀이장 안에는 형제만 있었으며, 안전요원이나 시설 관계자도 없어 사실상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입건된 관계자는 없지만 경찰은 시설 운영업체 관계자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또 위탁 운영 시설에 대한 곡성군의 관리·감독 책임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전남경찰청 중대재해수사팀 관계자는 “시설 운영업체와 관리 주체 등에 대한 책임 여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물놀이시설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된다. 실제 광주·전남에서는 매년 적지 않은 수난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간 익사 등을 포함한 수난사고는 2020년 광주 451건·전남 673건, 2021년 광주 26건·전남 146건, 2022년 광주 37건·전남 470건, 2023년 광주 92건·전남 528건, 2024년 광주 36건·전남 247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물놀이 사고는 광주에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전남에서는 2020년 3건, 2022년 4건, 2024년 1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정식 개장을 앞둔 시설에서 결함이 발견되지 않은 채 운영이 시작됐다면 더 큰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라며 “합동 감식과 부검,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형제의 빈소를 찾은 김영록 전남지사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미리 살피는 철저한 안전망을 갖추겠다”며 “물놀이장 시설 등을 갖춘 도내 테마파크 113곳 전체를 대상으로, 전기 소방 등 유관기관 합동 특별 안전 점검을 하겠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Copyright © 무등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