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의 회복력·치유력 나눕니다"
다음 전시 이순신과 민화 접목 구상

[천안]"먹으로 복을 새기고 색으로 소망을 피워내며 종이 한 장에 우주를 품는다." 어떤 미술 양식을 표현한 걸까? '민화'다. 민화는 입체감이나 원근법보다 색과 형태가 지닌 상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 고유의 회화다. 복을 기원하고 가족의 평안을 바라며 건강과 행복을 염원한 옛 사람들 마음이 담긴 민화와 사랑에 빠진 이가 있다. 아산 신리초에서 근무하는 이태호(60·아산시) 교사다. 이 교사는 청소년 시절 문인화 매력에 심취해 공주사범대학 미술교육과에 진학했다. 교단에 선 뒤에도 서예, 문인화, 채색화, 산수화 등 그림 공부를 쉬지 않았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 학생들을 화면으로만 만나야 했던 시기, 오랫동안 간직했던 민화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직접 스승을 찾아가 배움을 청하며 민화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교권 추락과 학교 붕괴가 기본값이 된 요즘. 이태호 교사에게는 민화가 회복력이 됐다. 교단에서 쌓인 화도 민화를 그리며 해소됐다. 이 교사는 "다른 그림 작업과 달리 민화는 마음을 차분케 하고 호흡이 안정돼 마치 명상하는 것 같았다"며 "민화가 지닌 회복력을 온 몸으로 체험했다"고 말했다.
어느 새 늘어난 이태호 교사의 민화작품들을 한 자리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천안시 동남구 원성동에 소재한 충남학생교육문화원 2층 상설전시관 갤러리 [온:]에서는 지난 9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이태호 교사의 1회 개인전 '민화, 복을 그리다'가 열리고 있다. 전시회에는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도', 자연 속 생명의 조화를 담은 '초충도', 우주의 질서와 조화로운 기운을 표현한 '일월오봉도'를 비롯한 몇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편안한 위로와 긍정의 에너지를 선사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작가와의 만남'에는 충남학생교육문화원 예술영재교육원 미술반 학생들을 비롯해 미술 애호가 등 다양한 이들이 찾아 전통 민화의 상징과 표현 방식을 깊게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
이번 전시는 이 교사 자신에게도 큰 선물을 안겼다. 이 교사는 "주변 권유로 전시회 개최를 결정했지만 부담도 컸다"며 "민화 작품들에서 좋은 기운과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는 반응에 오히려 제가 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세대간, 성별간, 계층간 단절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 조상의 지혜와 심미안이 응축된 민화는 서로를 이해하고 평화를 비는 교두보가 될 수도 있다"며 "다음에는 충무공 이순신의 붉은 갑옷과 민화를 접목한 작품들로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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