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거관리, 원래는 모범 사례…독립성 유지하되 견제 강화해야”[선관위 개편 어떻게④]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감사원 감사 확대부터 원포인트 개헌까지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정당학회장)는 22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선관위의 독립성은 유지하되 국회와 외부 감사를 강화하는 방안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선관위원 9명 가운데 상임위원은 1명이고 나머지 8명은 비상임인 구조를 꼽았다. 그는 “선관위가 형식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만 실제로는 사무총장이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라며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보다 투표용지가 많아 관리가 훨씬 복잡한데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선관위 개혁 방안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원포인트 개헌은 필요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국민의힘 일각이 거론한 재선거 요구나 부정선거론을 두고는 “선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사태가 왜 생겼다고 보나.
“선관위 조직이 지나치게 관료화됐다. 중앙선관위원 9명 중 상임은 1명이고 나머지 8명이 비상임이다. 형식적으로 위원회가 의사결정을 하지만 사무총장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위원회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승인하고 사무총장이 상당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임기가 끝났는데도 후임 대법관이 인선되지 않으면서 계속하게 됐다. 게다가 지방선거는 투표용지가 7~8장이라 관리하기 훨씬 복잡하다.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사태가 발생했다.”
-해외에서도 선거관리 사고가 발생하나.
“종종 발생한다. 일본에서는 2018년 투표함을 통째로 분실했고, 미국에서는 우편투표용 투표함이 훼손된 적이 있다. 한국처럼 선거관리 제도가 체계적으로 자리잡힌 나라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이례적이다. 한국은 모범적인 선거관리 사례로 꼽혀왔다.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발표하는 ‘선거 공정성 지수’에서 한국은 2024년 171개국 중 25위였다. 미국(35위)보다 상위권이고 일본(24위)과 비슷하다.”
-해외 선거관리 모델을 소개하자면.
“독립형, 정부형, 혼합형 등 세 가지다. 한국은 정부와 분리된 독립기관이 선거를 관리하는 독립형 모델이다. 한국처럼 권위주의 체제를 겪은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이 대부분 독립형을 채택한다. 정치 중립성 확보에 유리하고 선거관리 전문성도 축적된다는 장점이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독립형 모델을 권한다.
행정부가 선거를 관리하는 정부형은 북유럽 등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의원내각제와 맞물려 도입된 제도다. 유럽에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같이 가다 보니 행정부 중심으로 선거를 관리하게 됐다. 장점은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진다. 단점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은 국가에서는 수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생 민주주의 국가에 적합하지 않다.
혼합형은 정부형을 기본으로 하되 독립형을 혼합한 형태다.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채택했다. 정부형 모델의 문제와 불신을 해결하려고 독립적인 기구들을 만들어 보완한 것이다. 기존 행정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 소재가 다소 불분명해질 수 있다.”
-한국이 정부형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한국의 선관위 독립성은 3·15 부정선거 경험 이후 헌법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야당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 정부형 전환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선관위가 감사원이나 국회 견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판단했다. 다만 선관위는 이미 국회의 국정감사 대상으로 국회의 견제를 받는다. 이번 사태 발생에 국회의 책임도 있다. 국회가 매년 제대로 선관위를 감시하지 못했다. 제도가 없는 게 아니라 국회의 감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견제가 필요하다고 보나.
“국회의 선관위 대상 국정감사와 선관위 내부 감사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 법을 바꿔서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내부 감사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유지하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선관위 견제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론에 대한 생각은.
“구조 자체를 바꾸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헌보다 선관위법이나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이 현실적이다. 개헌은 장기적 과제로 두고 실현 가능한 법률 개정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조사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나.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 국정조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선관위가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이 선거를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주장하는 재선거나 부정선거론은 선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지금은 사태의 원인과 선관위 대응 과정의 문제점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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