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인 한국축구를 바로잡을 참교육은 무엇일까[김세훈의 스포츠IN]

한국 축구가 북중미월드컵을 치르고 있다. 1차전에서 체코를 천신만고 끝에 껐었는데 2차전에서는 멕시코에 0-1로 패했다. 멕시코도 이전 멕시코가 아니었다. 그런 멕시코를 상대로 한국이 패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골키퍼 김승규 실수 때문이었다.
그런데 축구를 하는 사람들은 지적한다.
“김승규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축구에서는 아무리 강한 팀도 한골을 내주게 마련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한골도 넣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 공격은 답답했다. 패스와 슈팅은 부정확했고 개인 돌파는 주위만 맴돌 뿐 위협적이지 않았다. 막판에는 크로스에 이은 헤더만 반복했다. 한국축구에서 정말 오랫동안 봐온 지긋지긋한 장면이다. 해외 언론들은 “한국 공격에는 힘도, 창의성도 없었다”고 혹평했다.

한국 축구는 왜 아름답지도, 유려하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할까.
한국 축구는 어릴 때부터 ‘버티는 법’, ‘상대를 괴롭히는 법’, ‘이기는 법’을 가르쳤다. 기술과 재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 버티는 선수를, 힘이 강한 선수와 체격이 큰 선수를 선호했다. 기술보다 조직력을, 창의성보다 체력을, 공간 창출보다 몸싸움을, 내용보다 결과를 우선시했다. 지도자는 결과를 내야 했고 부모도 승리를 원했다. 전국대회 4강 정도 성적을 올려야만 ‘축구 명문대’에 지원할 수 있다. 이같은 승리 지상주의 속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지금 한국 선수들이다. 열심히 싸우고 혼신을 다해 버티지만 정확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답답하고 부산한 축구가 한국 축구의 현주소다.
기술 습득과 창의성 고양은 18세 전후 거의 끝난다. 드리블, 볼 터치, 패스 감각, 방향 전환, 좁은 공간에서의 판단, 시야, 공간 인식은 몸과 마음이 하얀 도화지 같고 몸이 유연한 어린 시절 익혀야 한다. 그런데 그 시기에 한국 유소년들은 조직력을 강요받는다. 체구가 크고 힘이 좋은 선수가 우대받고 기술이 괜찮은 작은 선수, 잠재력이 있는 원석은 사라졌다. 한국 선수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할 수 있는 건 조직력 강화가 전부다. 반면 어릴 때 자유로운 플레이를 마음껏 경험한 유럽 유망주들은 조직력과 전술 수행 능력을 공고히 하면서 점점 더 강해진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축구 선진국들은 어린 선수들에게 헤딩, 홀딩, 태클 등을 제한한다. 기술과 스피드, 센스로 상대를 제어하려고 노력하라는 뜻이다. 홀딩과 태클은 상대를 쉽게 차단할 수 있지만 성장과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소년 축구에 심판을 한 명만 두는 곳도 있다. 판정과 무관하게 자유롭게 끝까지 뛰어보라는 취지다. “공정한 경기를 해야 한다”며 2심, 3심을 요구하는 한국 지도자와 한국 부모와는 사고 차원부터 다르다. 한국 성인 선수들이 파울이 많은 것, 파울을 불어주지 않으면 심판을 탓하는 것 모두 어릴 때 경험한 잘못된 관례에서 비롯된 나쁜 습관들이다.
A매치는 표면상으로는 국가 대표 11명 대 11명 싸움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해당국가 유소년 시스템에서 배출된 선수들 간 충돌이다. 선수들은 자국 시스템 구조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유럽은 축구 자체뿐 아니라 의료, 심리, 트레이닝 등에서도 유소년을 적극 지원한다. 인구 400만 명의 크로아티아, 한국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축구를 잘하는 것도, 인구 15억 명의 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것도 유스 시스템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다.

한국은 아직도 축구를 1대1 싸움으로 착각하고 있다. 축구는 상대를 꺾는 스포츠가 아니다. 상대가 따라올 수 없는 공간을 만들어 공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운반하는 스포츠다. 패스는 공간을 만드는 행위며 드리블은 상대를 끌어내 균열을 만드는 기술이다. 오프더볼 움직임은 수비를 흔들어 새로운 통로를 만드는 설계다. 이처럼 모든 플레이는 공간 창출을 향한다. 그런데 한국에는 “왜 못 제치냐”, “왜 몸싸움에서 밀리냐”는 말이 아직도 들린다. 결국, 플레이는 단순해지고 상대는커녕 동료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둔탁한 선수만 나온다. 이런 선수들은 몸싸움, 투지, 크로스, 세컨드볼에 매달리게 마련이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태어나고 축구를 시작한 곳은 한국이다. 이들은 10대 초중반 유럽으로 건너가 ‘축구다운 축구’를 다시 배웠다. 이들은 한국 여권을 가졌을 뿐 사실상 유럽 선수인 셈이다.
한국 축구는 ‘참사’가 발생하면 사람 탓만 했고 희생양을 찾아 매장시켰다. 그렇게 분노를 쏟아낸 뒤 마치 모든 게 해결된 양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얼마 후면 비슷한 행태를 반복한다.
사람이 아닌 구조를, 국가대표가 아닌 유스 시스템을 볼 때 한국 축구는 성장할 수 있다. 유스 시스템 구조와 학원 축구 환경, 성인 축구 시스템을 바꿔야만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 얽히고설킨 먹이사슬, 승자독식 생태계, 열매만 노리는 탐욕, 자기 성공에만 몰두하는 이기심을 버리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는 영원히 이 모양 이 꼴일 수밖에 없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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