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국민송’ 등극한 “오 필승 코리아”…이번 월드컵 응원가는 뭐더라
거리 응원전 약해지고 경기 소비방식 달라져
“이전 곡 반복 소비…4강 신화 그림자 너무 커”

언제부턴가 광장에서 월드컵 응원가가 사라졌다. ‘4강 신화’를 쓴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오 필승 코리아’가 거리와 방송, 광고, 뉴스 화면을 휩쓸며 ‘국민 응원가’로 등극했던 풍경과 대조적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맞아 새로운 응원가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그룹 투어스는 지난 11일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공식 응원가 ‘드림 위드 어스’를 발표했다. ‘뉴진스 작곡가’로 유명한 프로듀서 250(이오공)은 영국 프로듀서 허드슨 모호크와 함께 지난 19일 비공식 응원가 ‘빅토리’를 공개했다. 그룹 코리아나가 부른 1988 서울 올림픽 주제곡 ‘더 빅토리’를 샘플링한 곡이다. 하지만 이들 노래가 곧바로 월드컵 열기로 이어지진 않는다. 발표됐는지조차 모르는 이들도 많다. 왜일까?


국내 월드컵 응원가의 원형은 한일 월드컵 당시 비롯됐다. 와이비(YB·윤도현밴드)의 ‘오 필승 코리아’는 경기장 밖 시민들을 하나로 묶은 노래였다. “대~한민국” 구호, 붉은악마의 함성, 밤새 이어진 거리 응원을 타고 노래는 미디어에 수없이 노출됐다. 2002년 최고의 ‘국민 가요’였다.
이후에도 월드컵 응원가는 꾸준히 나왔다. 2006 독일 월드컵 때는 신해철의 ‘돌격! 아리랑’, 버즈의 ‘레즈 고 투게더’, 싸이의 ‘위 아 더 원’이 있었고, 2010 남아공 월드컵 때는 트랜스픽션의 ‘승리를 위하여’가 울려 퍼졌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는 고 유상철 감독의 목소리를 복원해 삽입한 윤도현의 ‘더 뜨겁게, 한국’이 발표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응원가의 파급력은 줄었다. 월드컵 때마다 새 노래는 나왔지만, 2002년의 노래들처럼 세대와 취향을 넘어 모두가 부르는 곡은 드물었다.
가장 큰 변화는 거리 응원의 동력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2002년의 붉은악마는 단순한 응원단을 넘어 월드컵 열기를 조직한 상징이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응원단의 구호와 동작을 따라 하며 거대한 합창에 참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붉은악마의 대중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다. 붉은악마는 여전히 대표팀 공식 응원단으로 활동하지만, 거리 응원은 더는 전 국민적 자발성과 축제성을 동시에 품은 사회 현상으로 번지지 않는다.

월드컵을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광장에 나가는 시민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집과 식당, 온라인 중계, 유튜브, 쇼트폼, 팬 커뮤니티로 시청 방식이 다양하게 나뉘면서 한데 모여 같은 노래를 부르는 힘은 약해졌다. 올해는 중계권 문제도 영향을 줬다.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한 제이티비시(JTBC)는 한국방송(KBS)과 공동 중계를 확정했지만, 문화방송(MBC)·에스비에스(SBS)와의 재판매 협상은 결렬됐다. 지상파 3사가 대회 시작 전부터 동시에 대회 열기를 띄우며 분위기를 달구던 과거와는 다른 환경이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각종 파열음도 팬들의 마음을 식게 했다.
대신 월드컵 음악의 중심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다. 과거 케이(K)팝이 국내 거리 응원의 배경음악이었다면, 이제 케이팝 스타들은 월드컵 공식 무대에 직접 선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방탄소년단(BTS) 정국은 개막식 무대에 올라 ‘드리머스’를 불렀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 ‘골든’을 부른 이재가 멕시코시티 개막식에서 안드레아 보첼리, 데이비드 게타와 공식 주제가 ‘디엔에이’(DNA)를 불렀고, 블랙핑크 리사는 로스앤젤레스 개막 행사 무대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결승전 하프타임쇼에 설 예정이다. 케이팝은 이제 응원가의 형태가 아니라, 월드컵 무대를 구성하는 핵심 공연 콘텐츠가 됐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새롭게 열기를 끌어올릴 만한 월드컵 응원가가 나오기보다 이전 곡들이 반복 소비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4강 신화의 그림자가 너무 크다”며 “한국 스포츠는 엘리트 중심의 성과 지향성이 강하다. 성과가 나오면 관심이 커지지만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 열기도 함께 약해지는 현상을 보인다”고 짚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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