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대 환율’ 벌써 25일째… 경고음 더 커졌다

유진아 2026. 6. 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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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내려오지 못하면서 고환율 장기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외환당국 경계감과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환율 상단을 누르고 있지만 외국인 증권자금 이탈이 하단을 떠받치는 모습이다.

당국 경계감과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1540원 안팎에서 상승 폭을 막고 있지만 외국인 증권자금 이탈과 거주자 해외투자 환전 수요가 환율 하단을 받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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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發 달러 강세에 중동 불확실성까지
외국인 매도 겹치며 환율 하단 떠받쳐
"수급 안 바뀌면 1500원대 오래갈 수도"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내려오지 못하면서 고환율 장기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외환당국 경계감과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환율 상단을 누르고 있지만 외국인 증권자금 이탈이 하단을 떠받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고환율이 길어질수록 달러 매수 심리와 기업의 달러 보유 성향이 강해져 원화 약세 흐름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10.0원 오른 1537.0원으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 1500.8원으로 올라선 뒤 이날까지 25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 말부터 1998년 3월 초까지 49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한 뒤 최장기간이다.

이날 환율은 장중 1539.70원까지 오르며 154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후속 협상에 파열음이 생기며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진 데다 지난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영향이 이어진 것이다. 시장이 기대했던 금리 인하 경로가 흔들리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고 원화 등 아시아 통화는 약세 압력을 받았다.

여기에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다시 확대되며 환율 상승을 자극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 2조254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주 3조28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이날 다시 대규모 매도로 돌아서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

외국인 주식 매도는 외환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 주식을 판 뒤 달러로 환전해 자금을 회수하려는 수요가 늘면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118조6532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상태다. 증시가 강세를 보이더라도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 원화 강세로 이어지기보다 환율 하단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환율을 끌어올린 요인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5일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이 1560원까지 치솟은 뒤 시장의 고점 인식도 높아졌다. 1500원대 중반을 예외적인 수준으로만 보기 어려워지면서 환율이 조정을 받더라도 대외 불확실성이나 외국인 매도세가 불거질 때마다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계감이 남아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야간 거래에서 1560원까지 오버슈팅한 이후 고점에 대한 눈높이가 확연하게 높아졌다"며 "한번 고점을 높인 환율이 쉽게 다시 전고점을 향해 올라가려는 모습이 관찰된다. 2분기 누적 평균 환율이 전망치를 크게 웃돌고 있는 점을 반영해 하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을 기존 1440원에서 1470원으로 기술적으로 상향한다"고 강조했다.

환율이 경제 기초체력으로 설명되는 수준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는 점도 장기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현재 원·달러 기초가치는 1410~1420원 내외로 추정되며 현 환율 1520~1530원은 이보다 100~110원 높은 상태"라며 "괴리의 상당 부분은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따른 일시적 달러 수요 급증과 기업 거래 행태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괴리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시장 참가자의 기대 및 포지션 전략을 바꾸며 자기강화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환율의 기초가치로의 회귀 역시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환율이 높은 수준에 머물수록 시장 참가자들이 추가 상승 가능성을 의식해 달러 매도를 늦추거나 달러 확보에 나서면서 환율 하락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달 말까지 1500원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국 경계감과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1540원 안팎에서 상승 폭을 막고 있지만 외국인 증권자금 이탈과 거주자 해외투자 환전 수요가 환율 하단을 받치고 있어서다. 중동 협상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점도 달러 강세 흐름을 쉽게 되돌리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연준의 매파적 메시지와 중동 협상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달러 강세 흐름을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수출업체 고점 매도와 당국 경계감이 추가 상승을 막겠지만 6월 내내 1500원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위기 때는 외화 유동성 자체가 부족했던 국면이지만 지금은 외국인 증권자금과 거주자 해외투자 환전 수요가 맞물리며 환율 하단을 높이는 상황"이라면서도 "위기의 성격은 다르지만 수급이 쉽게 돌아서지 않으면 1500원대 환율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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