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싫다"... 직접 컴퓨터 조립하는 Z세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가운데, 미국 Z세대를 중심으로 오히려 직접 컴퓨터를 조립해 사용하는 '사이버덱(Cyberdeck)'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AI 알고리즘과 기업이 설계한 생태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기기를 만들려는 움직임으로, 기술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새로운 디지털 문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SF 영화 속 미래형 컴퓨터를 현실로… '사이버덱'이 뭐길래
사이버덱은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직접 제작하는 휴대용 컴퓨터다. 대부분 저렴한 싱글보드 컴퓨터인 라즈베리 파이에 소형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키보드를 결합해 만든다. 군용 장비를 연상시키는 디자인부터 Y2K 감성을 살린 제품, 해커 장비를 담은 가방처럼 꾸민 모델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사이버덱이라는 이름은 소설 뉴로맨서에서 유래했다. 작품 속 해커들이 사용하는 미래형 휴대용 컴퓨터를 뜻하는 용어로, 이후 사이버펑크 문화의 상징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사이버덱은 글쓰기나 프로그래밍, 게임, 음악 감상, 오프라인 독서 등 특정 목적에 맞춰 제작된다. 일부는 사이버보안 실습이나 와이파이 분석 등 해킹 교육용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직접 만들고, 직접 고친다… 'DIY 컴퓨터'의 매력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사용자가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노트북과 달리 필요한 부품을 자유롭게 교체하거나 수리하고, 원하는 기능만 넣을 수 있다. 기업이 설계한 운영 환경이 아니라 사용자가 기기의 작동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사이버덱 열풍은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팟 등 복고 하드웨어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중고 전자제품 거래 플랫폼 백마켓에 따르면 아이팟 판매량은 지난해 48% 증가했으며, 이베이에서는 '아이팟' 검색량이 시간당 1300회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틱톡과 레딧,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Z세대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제작한 사이버덱을 소개하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인어 모양 사이버덱을 제작한 크리에이터는 제작 영상으로 수천만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AI와 알고리즘 중심으로 재편된 인터넷 환경에 대한 피로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플랫폼은 사용자의 행동을 추적하고 알고리즘이 선별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각종 서비스에는 AI 기능이 빠르게 탑재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사이버덱은 기업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에서 벗어나 기술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수천만 조회 수를 기록한 크리에이터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이버덱을 인공지능과 거대 기업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Z세대 42% "AI가 내 일자리 빼앗는다"… 확산하는 반AI 정서
이 같은 반AI 정서는 미국 대학가에서도 감지된다. 가디언, 악시오스 등 매체에 따르면 최근 미국 대학 졸업식에서는 AI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연사들에게 학생들의 야유가 이어졌다.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미트는 애리조나대학교 졸업식에서 AI의 부상을 언급하다 학생들의 거센 야유를 받았으며, 음악 레이블 빅머신레코드의 CEO 스콧 보르체타 역시 연설 중 AI 발언으로 비슷한 반응을 마주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AI 기술 자체를 거부하기보다는 일자리와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악시오스와 해리스의 여론조사에서는 Z세대의 42%가 AI가 자신의 취업 기회와 임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33%), X세대(39%), 베이비붐 세대(37%)보다 높은 수준이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도 최근 블로그를 통해 "졸업식에서 AI 연설에 야유가 나온 것은 기술 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며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가 거부감을 보인다면 업계 역시 그 이유를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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