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다음은 전력망 싸움이다”…AI가 삼키는 전기만 2000만 가구분

인공지능(AI) 산업의 경쟁 구도가 반도체를 넘어 전력 인프라로 확대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저장 능력이 AI 시대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가 정부와 산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3년 약 167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376TWh 수준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증가분만으로도 미국 평균 가정 약 200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맞먹는다.
AI 산업의 급성장은 그동안 반도체 기업들이 주도해왔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GPU 제조업체들이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핵심 칩을 공급하면서 막대한 수혜를 누렸다. 그러나 AI 서비스가 확산할수록 서버와 냉각 설비, 데이터센터, 송배전망 등 물리적 인프라에 대한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
특히 전력 공급 및 저장 능력이 AI 산업의 새로운 병목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AI는 클라우드상에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데이터센터와 변전소, 송전망 등 대규모 전력 인프라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력 수급을 조절하는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중요성도 커졌다. AI 데이터센터처럼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한 시설이 늘어나면서 ESS는 전력망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설비로 평가받고 있다.
픽스 에너지 의장인 브렛 콘래드는 "ESS는 미국 제조업과 AI 데이터센터, 일반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배터리는 에너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내 전력 인프라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개발업체들은 올해 24기가와트(GW) 규모의 발전소급 배터리 저장 설비를 새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태양광 발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이며, 풍력과 천연가스 발전 계획을 웃도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AI 투자 테마 역시 반도체 중심에서 전력망과 전력 저장, 발전 설비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산업의 성장 속도가 빨라질수록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전력 인프라가 AI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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