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AI 사이버위협, 日에 19세기 흑선 이후 최악 위기"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인공지능(AI) 사이버 위협은 19세기 일본에 흑선(黑船) 위협 이후 최악의 위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로 인한 사이버 해킹 리스크가 일본에 19세기 '흑선(黑船) 사건'에 맞먹을 정도로 큰 국가적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흑선 사건은 1853년 미국 군함들이 도쿄만에 나타나 무력시위로 개항을 요구한 사태로, 당시 쇄국 정책을 펴던 막부 체제의 한계를 드러내 일본의 개국과 근대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블룸버그 통신의 캐서린 토베크 칼럼니스트는 22일 글에서 일본의 대표 AI 사업자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이 지난 16일 도쿄에서 열린 기업인 행사에서 AI에 의한 현 사이버 위협을 '흑선 등장 이후 일본 최악의 위기 상황'이라며 이처럼 경고했다고 전했다.
소프트뱅크는 이 행사에서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함께 일본 주요 기업에 최신 AI 기반의 보안 체계와 자가 진단 서비스를 소개하며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권했다.
AI 보안 위기는 지난 4월 앤트로픽의 최신 AI '미토스'가 공개되며 시작됐다. 미토스가 전산 시스템을 만든 인간 개발자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 보안상 빈틈(제로데이 취약점)까지 빠르게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이런 고도 AI를 악용한 해킹 공격이 전방위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치솟았다.
일본은 애초 해킹 위험 우려가 높은 국가다. 블룸버그가 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IBM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적발된 글로벌 사이버 공격 중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례는 전체의 22.4%에 달해 가장 비중이 컸다. 2∼4위인 미국(20.6%), 사우디아라비아(6.3%), 영국(6.0%)을 크게 웃돈다.
일본이 해킹 공격의 최대 표적이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업계에서는 노후화한 전산 인프라를 계속 쓰는 경우가 잦고, 글로벌 제조업 강국으로서 돈이 될 '타깃 기업'이 많은 데다, 우수한 전산 보안 인력이 부족한 현실 등이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 때문에 AI 기반의 해킹이 일본 경제를 초토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도베크 칼럼니스트는 지금의 현실이 미국이 주도하는 첨단 AI 기술에 대한 또 다른 의존을 강화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일본으로서는 빠른 국가적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짚었다.
일본의 사이버 위협 대응력이 미국·유럽보다 뒤처진 것이 사실인 만큼,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미국과 협상에 착수해 핵심 동맹국으로서 AI 보안에 대한 기술적 지원 등 확약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도베크 칼럼니스트는 "이제 일본에선 사이버 보안을 개별 기업의 예산 문제로 방치해선 안 된다. 공동 표준, 보조금 지원 체계, 위협 정보 공유 등을 묶은 국가 인프라로서의 사이버 보안이 필요하며, 이런 조처는 이제 지진이나 쓰나미 등 국가적 재난을 대비하는 수준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세기 흑선 사건은 일본 역사를 뒤바꾼 '기술적 충격'이었고 전례 없는 변화의 문을 열었다. 도베크 칼럼니스트는 AI가 주도하는 사이버 공격 위협이 지금의 일본에 새로운 흑선의 도래로 충분히 해석할 만하다고 평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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