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스' 박은빈 "결핍 투성이 사람들이 세상 구하는 스토리, 멋지게 다가왔죠"[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6. 6. 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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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원더풀스'서 순간이동 초능력 지닌 은채니 역
배우 박은빈 ⓒ넷플릭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박은빈이 넷플릭스 '원더풀스'로 색다른 변신에 또 도전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 우영우 역을 통해 배우 생활 26년차에 최고의 흥행과 인기를 거머쥐었고, 곧 이어 이듬해 SBS '무인도의 디바'에서는 가수를 꿈꾸는 섬 소녀 서목하 역으로 다시 한번 시청률 보증수표임을 입증했고, 2025년에는 디즈니+ '하이퍼나이프'에서 파격적 연쇄살인마이자 천재 의사인 정세옥 역을 맡아 대선배인 설경구와의 호흡에서 한치도 밀리지 않는 팽팽한 연기 대결을 펼치며 "역시 박은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박은빈은 넷플릭스 8부작 드라마 '원더풀스'에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던 중 우연히 얻게 된 순간이동 초능력을 이용해 동네의 초능력자들과 힘을 합쳐 악의 무리에 맞서는 은채니 역을 맡아 또 한번 새로운 도전을 펼쳤다. '원더풀스'는 공개 2주차에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2위에 등극하며 790만(7,900,000)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고 총 64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배우 박은빈 ⓒ넷플릭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난 박은빈은 초심을 기억하기 위해 대본 리딩 첫날 입었던 밝은 톤의 의상과 모자를 쓰고 인터뷰에 임했다. 매번 인터뷰에서 정확한 답변을 위해 손때 묻은 대본과 메모 노트 등을 들고 참석하는 박은빈은 이날도 '원더풀스'의 대본과 노트북 등을 지참한 채 답변에 나섰고 성실함과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은채니의 발랄함이 언뜻언뜻 번져 나오는 밝은 태도로 취재진들과의 대화에 나섰다.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는 1999년 세기말 우연히 초능력을 가지게 된 동네 모지리들이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능력 코믹 어드벤처 시리즈다. 박은빈이 맡은 은채니는 해성시의 유명 식당인 '큰손식당'의 상속녀이자, 동네 주민들에게 '개차반'이라 불리는 심통 가득한 인물이다. 그 외에도 배우 최대훈이 개진상 경훈 역을, 임성재가 왕호구 로빈 역을 맡았고 차은우가 이들의 사부로 불리는 시청 공무원 운정 역을 연기했다.  

"인터뷰 자리에 오니 대본 리딩 처음 했을 때의 초심이 생각나네요. 대장정을 알리는 출발선에 서서 마음의 준비와 각오를 단단히 하고 시작했었죠. 1부의 프롤로그에서 카셋트에서 흘러 나오는 '크립'을 들으며 터덜터덜 걸어가는 모습으로 제가 첫 등장을 해요. 정말 추운날 촬영했는데 그 현장의 보조 출연자분들이 1999년 세기말의 시대상을 너무 잘 반영된 차림으로 꾸미고 계신 거에요. 제가 기세에 밀리면 안될 것 같았죠. 은채니가 이 동네에서 개차반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면 확실한 캐릭터성을 보여야 할 것 같았어요. 강한 기세로 연기를 했죠. 그런데 현장에서 선생님들이나 대선배님들이 저를 못알아보시고 낯설어 하시더라고요. 채니는 위아래도 없고 심통이 잔뜩 나있는 인물인데 연기 할때는 기세로 했지만 감독님이 '컷'을 하시면 바로 공손해졌답니다."(웃음)

배우 박은빈 ⓒ넷플릭스

은채니는 심장에 문제가 있어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기에 블랙 코미디 장르에서 추구해야 하는 웃음과 캐릭터가 가진 방어기제가 함께 조화롭게 표현되어야 했다. 박은빈은 코미디와 은채니가 숙명적으로 지닌 어두움과 슬픔을 잘 공존시키기 위해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어려웠고 숙제로 여겼던 것이이 채니가 영원의 아이의 심장을 가진 것 때문에 기분이 다운되는 걸 표현하는 내용이었어요. 채니의 이런 지점까지 시청자분들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받아들여 주실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렇다고 너무 일상적이거나 흘러가는 평범한 연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장르 변환이 워낙 빠른 작품이었고 감동 모드였다가 곧 바로 코믹으로 이어지고 뒤이어 액션이 나왔다가 스릴러로 넘어가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캐릭터의 향상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죠. 액션적 측면에서는 이렇게까지 몸을 많이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상상한 것 이상이었어요. 모든 인물이 정말 피와 땀, 눈물로 절여진 채 찍었죠. 다른 배우분들도 멀쩡한 상태로 본 날이 별로 없어요. 매일 현장에 가면 하네스 의상을 입고 와이어 액션을 해내야 했죠. 와이어 액션도 정말 다양하게 경험한 것 같아요. 안 매달아본 와이어가 없었죠. 이번에 색다른 경험을 많이 했어요. 특히 순간이동 능력은 '뿅' 하고 프레임 아웃했다가, 몇 달 뒤 다른 장소에서 똑같은 연결 상태를 유지하며 다시 '뿅' 하고 나타나야 해서 시간과 공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갔습니다. 저희는 정말 어렵게 찍었지만 시청자분들은 그저 편하고 즐겁게 봐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장 보람찬 보상이에요."

'원더풀스'가 블랙 코미디와 어드벤처가 조화를 이룬 장르이기는 하지만 빌런 세력인 하원도(손현주) 박사의 분더킨더 프로젝트가 어린 고아 소년, 소녀를 대상으로 생체 실험 등을 자행한다는 것과 이들과 연계된 사이비 종교인 구원영생교가 세기말을 맞아 종말론을 퍼뜨리는 등 다소 어두운 내용 등이 등장하는 가운데 은채니가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되고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것과 동시에 해성시를 구해야 하는 히어로의 면모까지 지니고 있었기에 박은빈에게는 이색적이고 까다로운 설정을 돌파해야 한다는 과제가 놓여 있었다. 그럼에도 박은빈이 '원더풀스'를 과감하게 선택하게 된 것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두 번째로 손을 내밀어 준 유인식 감독이 가장 큰 동력이었다. 

"유인식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죠. '우영우' 때 감독님을 겪고 나서 존경할 수 있는 분이라는 걸 몸소 느꼈어요. 이런 감독님과 함께라면 배우로서 부담을 내려놓고 믿음으로 돌파해 나갈 수 있겠다 싶었죠. 믿음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고 적응도 빠르게 했어요.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사귀는 과정은 즐거움의 일환이죠. 어려움은 잘 극복하고 숙제도 잘 해내려 했어요. 유인식 감독님과는 성향도 비슷한 것 같아요. 개인적 고민을 감독님께 여쭤보기도 하고 좋은 어른께 질문을 청하는 과정이 있었죠. 현장에서 매우 유머러스하시고 구심력도 좋으셨어요. 배우와 스태프들을 큰 포용으로 아울러 주시는 등대 같은 감독님이셨습니다. 전에 '원더풀스'가 유인식 감독님의 오랜 로망이었던 작품이라는 이야기 들었어요. 제가 존경하는 감독님의 로망과도 같은 작품을 함꼐 만들수 있었던 여정이 즐거웠어요." 

배우 박은빈 ⓒ넷플릭스

'원더풀스'의 주제적 측면에 대해서도 박은빈은 성숙한 답변을 덧붙였다. 서강대에서 심리학과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한 재원답게 극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유인식 감독의 연출 의도까지 엿볼 수 있는 혜안 깊은 답을 펼쳐냈다. 

"은채니는 시한부의 삶을 살던 인물이죠. 해외여행 등 버킷리스트는 많지만 차은우 배우가 연기한 운정을 포함해서 다른 원더풀스 초능력자들의 공통점은 어떤 것을 이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이에요. 삶에서 뭔가를 쟁취해본 적도 바라는 것도 없던 사람들이 그런 결핍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오다가 그런 약점들이 현실 도피성 욕구로 발현돼 능력을 얻게 되죠. 약점이 강점으로 발전되는 기회를 얻은 사람들이에요. 각자 새롭게 얻게 된 능력들로 이 특징을 어디에 활용할까를 고민하고 결국 세상을 구하는 것에 사용하죠. 유인시 감독님 말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똑똑한 사람들이 세상을 망치기도 하지만, 여기 이 사람들은 세상을 향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이기에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셨어요. 이룬 것이 없던 사람들이 무언가를 이루게 됀다는 것이 이들의 특별함이라는 생각을 했죠." 

차은우가 연기한 공무원이자 원더풀스 초능력자들의 스승인 운정 캐릭터와 은채니의 멜로 라인에 대해 다소 과한 표현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득을 내놨다. 

"채니는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드디어 버킷리스트를 실제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됐죠. 해성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살다가 초능력으로 어디든 갈 수 있게 됐어요. 물리적인 채니의 세상이 확장되었기에 다음 스텦을 밟을 수 있게 된 거죠. 운정 또한 평생을 외톨이로 살아온 사람인데 자꾸 뭔가 같이 하자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함께 하는 것의 기쁨을 알아가게 되잖아요. 두 사람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모자란 것 같기는 하지만 운정은 채니의 부재로 인한 아쉬운 감정을 느껴봤잖아요. 그런 부재를 아쉬워하는 관계가 된 것 아니었을까요? 실제 바닷가에서 채니가 계속 순간 이동을 하고 운정과 엇갈리는 장면은 서해 바다에서 촬영을 했어요. 정말 많이 달렸고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런데 너무 추운 날씨여서 겨울바다에는 잘 안가시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웃음)

박은빈에게 가장 흥분하게 했던 장면은 엔딩의 비행선 장면이었다. 하원도와 분더킨더 일당은 해성시 연말 행사를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모인 틈을 타 비행선을 이용해 도시 전체에 약물을 뿌릴 계획을 세우고 은채니는 비행선을 순간 이동력으로 이동 시켜 시민들을 구해내는 내용의 장면이었다. 

"엔딩의 비행선에 올라가는 장면이 가장 가슴 뛰었어요. 정말 실물 사이즈의 비행선을 제작진이 만들어 놓으셨더라고요. 실제 공기가 주입되고 저는 개진상 역의 최대훈 선배님과 실제로 비행선에 오르는 촬영을 했죠. 채니가 종말을 보고 싶어했던 이유는 '이 세상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는데 다시 새 삶을 살게 됐잖아요? 종말의 위험을 무릎쓰고 이 사람들은 나만 살릴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되죠. 그리고 영웅적 면모를 발휘하게 되고요. 막상 비행선에 오르는 촬영을 하니 뭉클하더라고요. 내 몫은 은채니로서 이 비행선을 성공적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마음이었어요. 그 순간에는 영웅적 모먼트가 느껴졌죠. 그 장면을 찍고 나서 정말 '내가 영웅다웠던 것 같다'고 느껴졌고 뿌듯했어요. 사실 촬영할 때는 모니터링을 했어도 후반작업까지 다 되어있는 것은 방송이 시작되고서야 볼 수 있었죠. 완성작을 보고 나니 정말 공력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졌어요. 완성작을 다 보고 나서 유인식 감독님께 '히어로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연락드렸죠."

1992년생인 박은빈은 5세 때인 1996년 아동복 모델을 통해 데뷔했다. 어느새 데뷔 30주년을 맞은 그는 앞으로의 배우로서의 삶도 지나온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자신의 작품을 선택해주는 시청자, 관객들을 향한 깊은 감사도 잊지 않았다. 

"어느새 30년이 지났는지 까마득하네요. 정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어요. 제 자부심은 공백 없이 계속 일을 해서 1년에 한 작품씩 보여드렸다는 점이에요. 앞으로도 별반 다르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며 살겠습니다. 제 작품이 선택을 받아서 시청자분들께 가닿는다는 것은 그분들이 여가와 시간을 내어주셨기에 가능한 귀중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작품을 통해 연기로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은 이런 인물들도 세상에 있을 수 있다는 설득을 시켜드리는 일 같아요. 자연스럽게 시청자께 스며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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